엘지전자 생산직 희망퇴직 유도…협력사 파장 우려
최근 경북 구미공단의 고용인원이 급감하는 가운데 본사나 사업장을 둔 대기업들 중심으로 감원 바람이 불고 있다.
엘지전자 구미사업장은 피디피 모듈공장인 에이1 라인의 생산을 중단하고 다른 라인과 통합하면서 생산직 사원 중심으로 1년치 격려금을 주고 희망퇴직을 받는 등 인력구조조정에 들어갔다고 25일 밝혔다. 엘지전자는 감원인력 목표치를 정하지는 않았지만 상시 구조조정 작업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엘지마이크론도 지난 4월말께 희망퇴직을 받았다.
엘지필립스엘시디는 지난 4월말 구미와 파주 사업장 관리직 가운데 300여명을 감원했다. 엘지필립스엘시디는 사내 협력업체 인원을 줄이고 신입사원을 채용않는 방식으로 자연감소에 따른 인력감축을 유도하고 있다.
재고 증가에 따라 티브이용 브라운관 생산라인 3개의 가동을 멈춘 한국전기초자는 희망퇴직형식으로 지난 22일 200여명을 감원했으며, 채권단이 정상화 방안을 모색중인 대우일레트로닉스도 조만간 구조조정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본사의 경영진단을 받고 있는 삼성전자 구미사업장도 결과에 따라 인력감원에 들어갈 가능성이 엿보인다.
한편, 대기업들의 구조조정과 오리온전기·에이치케이(옛 한국합섬) 등의 파산 등으로 구미공단 고용인원은 2005년 10월 8만756명에서 5월말 현재 7만4천여명으로 줄어들었다. 이 추세가 계속될 경우 20년만에 처음으로 구미공단 고용인원이 1988년의 7만명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실업급여 신청자도 올 5월말 현재 4425명으로 지난해 신청자 8069명의 절반을 넘어서 올 연말까지 1만명에 육박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구미노동청은 “대기업 구조조정은 희망퇴직 형식으로 합의를 거쳐 진행되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대기업들의 경영환경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협력사들에게까지 감원바람이 이어질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