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돌에도 ‘존재의 이유’ 있지요”

‘조약돌 솟대’ 조각가 송주형씨

[사람과 풍경]

“하찮은 돌멩이 하나, 풀 한포기라도 다 존재의 이유와 가치가 있고 쓸모 없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대구시 달성군 가창면 대구미술광장에서 돌멩이로 솟대를 표현한 ‘새’(6.23∼7.29)전을 열고 있는 조각가 송주형(45·사진)씨의 말이다. 알고보면 그가 전시회를 열고 있는 대구미술광장도 쓸모없는 것에 의미를 불어넣어 새롭게 태어난 곳이다.

가창댐을 따라 헐티재 방향으로 10여분 정도 꼬불꼬불한 2차선 국도를 달리다보면 정대숲 못미쳐 왼편으로 대구미술광장이 보인다. 폐교돼 방치되던 용계초등학교 정대분교를 1994년 당국과 대구미협 회원들이 도시민의 휴식공간으로 새단장했다. 대구미협회원들의 작업장으로 내외부 전시장과 도예를 위한 전기요까지 설치해놔 각종 전시회와 야외에 세워진 조형물들을 관람할 수 있고 기념품도 살 수 있다. 이곳에서 송씨는 독특한 전시회를 열고 있다. 동해바닷가와 강가, 유원지 등에서 두 딸과 함께 수집한 세상에 하나 뿐이지만 쓸모없는 돌멩이를 씻고 골라내 탑을 쌓아 새-솟대를 표현했다. 솟대는 민속신앙에서 유래됐으며, 물을 상징하는 나무물새 등을 마을 입구의 장대위에 세워 액을 막고 마을의 안녕과 풍년농사를 빈다. 솟대 아래엔 이끼 및 풍난 등으로 생명에 대한 사랑과 애착, 경이로움을 표현했다.

‘조약돌 솟대’ 조각가 송주형씨 개인전

‘조약돌 솟대’ 조각가 송주형씨 개인전
소박한 형상서 ‘생명의 경이’ 길어올려

1996년 제16회 대구미술대전 종합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던 송씨는 외환위기 사태를 계기로 거리의 노숙자, 이혼남녀, 신용불량자 등 힘겨운 삶의 여정에 놓인 사람들과 향토성에 꾸준한 관심을 가져왔다. 특히 철사, 전구, 나무, 석재 등 여러가지 재료를 섞어 조형하기도 하고 대구의 명소풍경을 담은 티셔츠를 응용해 섬유패션도시 대구의 이미지를 조형예술로 승화시키기도 했다.

그는 2001년 두류공원 안 솟대광장의 솟대를 제작·설치하면서 이 시대를 사는 이들의 꿈과 희망과 사랑을 기원하는 솟대에 꾸준히 관심을 갖게 됐다. 처음엔 나무로 솟대를 제작하고, 다음에는 철사, 브론즈 등으로 만들다가 강가의 몽돌에 착안했다. 성황당에 쌓던 돌무더기와 솟대의 의미를 결합시킨다는 의미도 있었다. 송씨는 서구지향적이고 국적없는 작품들이 판치는 조각계 풍토에서 우리 것에 든든한 뿌리를 둔 향토적인 작품이 가장 세계적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바로 옆 전시실에서는 쇠로 만든 ‘철새의 꿈’전이 열리고 있는데, 송씨는 이 작품들을 활용, 대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 높이 10m 규모의 대형 쇠솟대 4개를 설치하는 방안도 생각중이다. 송씨는 “여건이 된다면 이 돌솟대도 대형으로 제작해 지역특색을 살리는 환경조형물로 설치하고 싶다”며 “소수를 위한 조형물이 아닌 대중과 소통하는 조형물을 만들겠다”고 말했다.글·사진 박영률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