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미술관 ‘문화나눔 옻골’
동네미술관 ‘문화나눔 옻골’
대구 칠곡 주택가 한복판…늦은밤까지
예술체험학교·소모임 작품전도 계획 대구에 동네 산책 나가서 들릴 수 있는 ‘작은 동네 문화원’이 하나 둘 생겨나고 있다. 지난 5일 대구경북민족미술인협회 대표 최수환(44·사진) 씨가 대구 북구 칠곡 지역에 ‘문화나눔 옻골’의 문을 열었다. 지난해 11월 대구의 동남쪽 수성구 범물동 용지네거리에 문을 연 가락스튜디오가 주민 밀착형 동네 공연장이라면, 문화나눔 옻골은 대구 서북쪽 칠곡에 위치한 동네 미술관이다. 문화나눔 옻골은 3층 이상의 건물을 못 짓게 돼 있는 국우동의 푸근한 주택가 한가운데 자리잡고 있다. 어린이 놀이터 앞 상가 주택 50평 정도를 빌려 전시실과 목공예 체험공방, 강의실을 마련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개관 기념 ‘3인 회화전’(최수환, 임상기, 김종표)이 열리고 있다. 아들과 함께 놀이터에 나왔다가 우연히 갤러리에 들른 박은희(31)씨는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했지만 결혼 뒤 미술관에 한 번도 못갔다”며 “집 근처에 이렇게 쉽게 찾을 수 있는 미술관이 생겨 너무 좋다”고 말했다. 최 대표가 변두리 주택가에 미술관을 마련한 것은 구·군립 시설들이 성처럼 거대한 모습만 간직한 채 잠자고 있는 현실 속에서 시민과 함께 할 문화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다. 직장인들이 퇴근하고 나서 반바지 차림으로 둘러볼 수 있도록 개관시간도 밤 9시까지로 늦췄다.
대구에서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중견화가 가운데 한 사람인 최 대표는 올 여름 ‘민중화가에게 듣는 현대미술’ 강좌를 여는 등 대중 속으로 들어가는 미술운동을 추구해 왔다. 15일에는 오전 10시 30분부터 4시간 동안 문화나눔 옻골과 그 앞 공원에서 지역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개관 기념 체험 이벤트도 연다. 나무토막 가지고 놀기, 판화 체험, 나무 바람개비 만들기, 나뭇잎 염색 등 어린이들이 미술을 느끼고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로 짜여졌다. 다음달엔 개관 기념전으로 △칠곡 지역 미술 교사 초대전 △10가족을 공모해 가족들의 일상이나 가족사 사진·소장품 등을 전시하는 ‘소문날 가족’ △일상 공예품 전시전 등이 잇따라 열린다. 앞으로 전시관을 연중 쉬지 않고 열 생각이다. 취미나 소모임 등 전시회를 열기 힘든 생활인들의 작품을 먼저 보여주고 전업작가들의 그림도 전시한다. △함께 벽화 그리기 강좌 △어린이 생태미술 △어른들을 위한 ‘그림공간 숲’ △아빠와 함께하는 목공예 ‘도담도담 뚝딱이’ 등 지역민과 함께하는 갖가지 강좌도 진행할 계획이다. 최 대표는 “미술을 몇몇 사람들을 위한 고급문화에서 대중과 어우러지는 낮은 곳으로 끌어내리고 싶다”며 “앞으로 이곳에 예술체험학교 등을 열어 실질적인 주민들의 문화공간으로 발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053)422-1382 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사진 문화나눔 옻골 제공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