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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용이 휘감은 육지속 섬마을 명승지로 ‘승천’

등록 2007-09-30 21:19

예천 회룡포
예천 회룡포
[지금 이곳은] 예천 회룡포
세 강줄기 한데 섞인 삼강엔 주막만 외로이
‘뿅뿅다리’ 건너야 마을진입…나룻배 띄우기로

발아래 내성천이 용이 승천하듯 휘감아 돌고, 세월과 강물이 만들어 낸 모래사장이 마을을 포근히 감싸는 육지 속의 섬마을 경북 예천군 용궁면 회룡포.

낙동강과 내성천, 금천의 세 강줄기가 몸을 섞는 예천군 풍양면 삼강리의 삼강. 한때 낙동강 하구에서 싣고 온 소금과 내륙의 쌀을 교환하던 상인과 보부상을 비롯해 시인 묵객들이 들끓던 당시의 나루터 옆에는 지금은 삼강주막만 외로이 남아 있다. 삼강주막은 1900년께 생긴 것으로 초라하지만 원형이 보존돼 있어 시간이 멈춰 있는 느낌이다. 회룡포 마을과 삼강주막은 차로 10분 정도 거리다.

경북 예천군 용궁면
경북 예천군 용궁면
세상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져 가던 이곳이 최근 다시 이목을 끌며 경상북도의 새로운 관광명승지로 떠오르고 있다.

중앙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예천 나들목을 빠져나와 34번 국도를 타고 달리다보면 용궁면에 닿는다. ‘가을동화 촬영지 회룡포’라고 쓰인 이정표를 따라 다시 5~6분을 달리면 회룡포 전경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장안사 전망대 입구가 나온다. 전경을 보고 내려오면 마을 앞을 흐르는 내성천과 마을을 잇는 ‘뿅뿅다리’에 이르지만 차를 타고는 건널 수 없다. 차를 가지고 마을로 가려면 아직도 험한 비포장 산길을 한참을 돌아가야 한다.

가족들과 함께 걸어서 뿅뿅다리를 건너던 김아무개(37·대구시 수성구 범물동·주부)씨는 “안동 하회마을에 비해 물이 깨끗하고 사람들이 적어 색다른 맛이 있다”고 즐거워했다.

〈가을동화〉가 화제가 됐던 2004년 회룡포 섬마을에는 군비를 지원받아 주택을 개량한 민박집이 하나 생겼다. 회룡포가 고향인 민박집 주인 김인희(56)씨는 “20여년 전만 해도 40여가구나 살았는데 하나 둘 고향을 떠나 지금은 9가구만 남았다”며 “민박집은 여름에는 손님들로 붐볐는데 가을로 접어들며 한숨 돌렸다”고 말했다.

회룡포 마을은 지금 관광지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가을동화〉 주인공들이 걷던 회룡포 제방 둑길(길이 1.2㎞)은 이미 6m로 애초보다 두 배 정도 넓혀졌고, 제방 양쪽으로 유실수도 심었다. 김수남 예천군수는 “나무가 자라는 내년쯤에는 유실수 터널을 걸으며 과일을 따 먹을 수도 있다”고 자랑했다. 장안사 등산로 아래 마을에는 옛 향석초등학교 건물을 개조해 각종 농촌체험과 숙박을 겸하는 회룡포 여울마을 체험장이 건립됐다. 이곳은 모두 100여명이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데, 폐교 전 마지막 학생들의 이름을 따 방 이름을 ‘지수네’, ‘현정이네’ 등으로 지었다.

회룡포를 나와 용궁면소재지에서 풍양 방향으로 10분 정도 가면 삼강대교를 건너자마자 오른편으로 삼강주막(경상북도 민속자료 제134호)이 보인다. 1900년께 지어진 이 건물은 1930년대 큰 물난리를 겪으면서 수리한 뒤 방 2칸, 부엌 한 칸 규모로 70년 넘게 그 자리에 그대로 위태롭게 서 있다. 우리 시대 마지막 주모였던 유옥연씨가 2005년 89살을 일기로 세상을 뜬 뒤 폐가처럼 방치돼 있다. 주막 주변엔 나들이 나온 도시민들이 강을 배경으로 삼겹살을 구우며 즐거운 날을 보내고 있었다.

이 삼강주막은 경북도가 1억5천만원을 들여 이달부터 보수에 들어갔다. 움푹 꺼진 옛집의 지반을 높이고 초가지붕 등을 원형 그대로 복원해 과거의 정취가 묻어나는 옛주막을 그대로 재현한다. 올 연말 복원 작업이 끝나면 인근 삼강마을에서 60대 주모를 선발해 마지막 주모 유할머니의 대를 잇도록 할 예정이다.

경북도 관광문화재과 이우석 사무관은 “2009년까지는 삼강나루터를 복원해 나룻배를 띄우고, 보부상 숙소도 재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나루터 주변에 수변 문화단지, 생태회랑, 수변 꽃공원도 조성한다.

삼강마을 노인회장 정수영(69)씨는 “나룻배가 드나들던 20여년 전까지만 해도 손님들로 붐비던 삼강주막과 주모가 눈에 선하다”며 “다시 주막을 살리고 나룻배를 띄운다니 세월을 거슬러 오르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예천/글·사진 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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