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가학생들이 베트남에서 온 윤진주씨에게서 미션을 받고 있다.
안산 단원고 학생들 ‘국경없는 마을’ 체험교실 참여
지난 13일 오후, 경기 안산시 원곡동 공터에 교복을 입은 20여명의 고등학생들이 모여들었다. 사단법인 ‘국경없는 마을’이 기획한 다문화 체험교실 ‘국경없는 마을 역할수행 게임’에 참여하는 안산 단원고 학생들이다. 이들은 외국에서 온 주민들이 많이 모여 사는 원곡동을 배경으로 4명씩 팀을 이뤄 여러가지 임무를 수행하며 ‘다문화 사회’를 직접 체험하고 있다. 게임 방식은 각각의 임무를 수행할 때마다 특정 나라를 암시하는 힌트를 얻고, 이를 바탕으로 마지막에 제시되는 문제를 푸는 방식이다.
이날의 첫 임무는 ‘베트남에서 온 윤진주(42)씨를 찾아 지시를 받으라’는 것. 세번째로 출발한 ‘에이스팀’은 인도네시아 식당, 베트남 쌀국수집 등에서 윤씨 소재를 수소문했지만 찾기가 쉽지 않았다. 한국인인 수퍼마켓 사장이 오히려 도움을 줬다. “맞은편 가게에 계신 분이 베트남에서 왔다고 하던데….”
마침내 찾아낸 윤씨는 베트남 사람이었다. 그는 미소를 띠며 새로운 임무를 줬다. “‘우드애플’이라는 이름의 음료수 한 병을 갖고 본부로 가시오.” 외국에서 들여온 식료품을 팔만한 가게들을 뒤져 간신히 열대과일로 만든 ‘우드애플’ 음료수를 찾아냈다.
이번엔 “우드애플을 광고하는 연극을 발표하라”는 임무가 떨어졌다. 에이스팀은 이 음료수의 원산지가 스리랑카라는 점에 착안해 ‘스리랑카 사람들에게 고국을 느낄 수 있도록’ 광고를 기획해 2등을 차지했다.
에이스팀이 모은 힌트는 ‘이 나라는 마사지로 유명하다’, ‘식민통치를 받은 적이 없는 이 나라의 이름은 ‘자유’라는 뜻’, ‘이 나라는 인도차이나 반도의 요충지로 주요 종교는 소승불교’ 등이었다. “타이가 아닐까?” 김샛별(17)양이 말하자 다른 팀원들도 맞장구를 쳤다.
드디어 마지막 문제가 나왔다. ‘이 나라를 상징하는 동물을 그려 오시오.’ 타이라는 확신을 갖고 타이 음식점을 찾아간 에이스팀은 음식점 내부를 장식하고 있는 코끼리 모형을 보고 서둘러 본부로 달려갔다. 아쉽게도 2등. 모든 팀이 임무를 끝마치자 사회를 맡은 국경없는 마을 윤종필 팀장이 오늘의 문제를 자세히 설명하며 자리를 마무리했다. “이게 태국의 국기인데, 흰색은 바로 코끼리를 뜻합니다. 흰 코끼리는 영광, 관용 등의 상징이에요.”
이 프로그램은 11월까지 매주 토요일 오후 진행된다. 윤 팀장은 “원곡동에는 다양한 문화가 모여 있으나 한국 사람들과 접촉하는 통로가 부족했다”며 “재미있는 방식으로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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