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여성전자현악4중주단 미예르바. 사진 왼쪽부터 엔젤라, 까리나, 나타샤, 쏘냐. 사진 경주엑스포 조직위 제공
이리나, 집시댄스·한국춤 등 현란한 무대 관객 사로잡아
현악4중주 ‘미예르바’ 큰 인기…엑스포 내달 5일까지 연장
현악4중주 ‘미예르바’ 큰 인기…엑스포 내달 5일까지 연장
25일까지 48일만에 관객 123만명을 훌쩍 넘어선 경주엑스포 2007의 조직위원회가 꼽는 최고 스타는 대표공연 <실크웨이>를 맡은 5개국 무용수 36명 가운데 프리마돈나인 카발리오마 이리나(23)다.
유럽에서 신라까지 실크로드 나라의 문화를 춤으로 표현하는 실크웨이팀은 엑스포 조직위가 유라시아 지역을 다니면서 오디션을 거쳐 직접 뽑았다. 이리나는 몰도바에서 20대 1의 경쟁을 뚫고 선발됐다. 몰도바 국립대 법학과에 다니는 변호사 지망생인 이리나는 4년제 체육전문학교에서 따로 무용을 배웠다. 그는 집시댄스 라틴댄스 현대무용 한국춤 피날레 등 모두 다섯 무대에 서는데, 현란한 춤 솜씨와 연기로 관객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고 있다.
한국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신라에 대한 이리나의 관심은 각별하다. 경주에 오기 전 미리 천년왕국 신라에 대해 ‘선행학습’을 했고 한국에 온 지 보름만에 불국사 석굴암 첨성대 천마총 등 웬만한 유적지는 다 둘러봤다. 이리나는 “특히 석굴암에서는 너무 감동을 받아 석굴암 건축가에게 ‘이처럼 훌륭한 유산을 남겨줘서 고맙고 당신같은 위대한 예술가를 조상으로 둔 한국인들이 부럽다’는 쪽지까지 현장 게시판에 남겼다”고 말했다.
소공연장에서 시·도의 날과 시·군 문화 소개의 날 축하공연으로 날마다 열리는 한국 민속공연도 이방인 이리나에게는 가장 흥미로운 볼거리다. 이리나는 “특히 하얀 한복을 입고 흰 수건을 들고 추는 춤(살풀이춤)은 너무 아름다워 도저히 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느낌을 말했다.
러시아 미녀들로 구성된 전자현악4중주단 ‘미예르바’도 팬클럽이 생길 만큼 인기를 끌고 있다. 몸에 달라붙는 가죽 느낌의 검은 옷을 입은 이들이 하루 3차례 엑스포공원 야외소극장 무대에 오르면 전자 현악기가 토해 내는 새롭고 강렬한 클래식의 세계가 펼쳐져 객석엔 전율마저 흐른다. 블라디보스톡에서 온 까리나(바이올린)와 나타샤(바이올린), 모스크바에서 온 쏘냐(첼로)와 엔젤라(비올라)가 구성원이다.
리더인 까리나가 경주엑스포 2000 참가를 계기로 한국의 기획사에 발탁돼 2002년 미예르바를 결성했다. 그동안 음반도 냈으며, 부산 대전 대구 광주 진주 등 여러 곳을 돌아 이쪽 업계에서는 이미 상당히 알려져 있다. <칠갑산> 등 한국곡도 곧잘 연주한다. 이들은 “소공연장에서 열리는 다양한 한국 민속공연이 너무 아름다워 대부분의 시간을 그곳에서 보낸다”며 “정이 많고 친절한 한국 사람들과 경주의 가을이 정착하고 싶을 정도로 너무 좋다”며 한국사랑을 고백했다. 경주엑스포는 10일을 연장해 다음달 5일 폐막한다.
경주/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실크웨이팀의 프리마돈나 이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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