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 주도·문화소비 행사’ 비판은 여전
경북도가 140억원을 들여 ‘문화올림픽’을 내걸고 60일 동안 펼친 ‘경주세계문화엑스포2007’이 5일 막을 내렸다.
■ 절반의 성과=올해 엑스포는 내년 엑스포공원 상시 개장을 대비해 440여억원을 들여 경주타워와 엑스포문화센터를 짓고, 104억원을 들여 신라 왕경 숲을 조성하는 등 시설 기반을 구축했다. 전통과 첨단과학, 동양과 서양을 잇는 4개부문 184개 행사에 33개국 1만여명의 문화예술인이 참여해 우리 문화축제의 새 패러다임을 제시하려는 노력도 돋보였다.
행사기간 동안 약 140만명(외국인 약 9만명 포함)의 관람객이 찾아 약 80억원의 입장수입을 올렸다. 여기에 영업수익 20억원을 더해도 40억원 적자지만 앞으로 콘텐츠 예상수익 70억원 등을 더하면 사실상 흑자라고 조직위 쪽은 주장했다.
지역경제에 효자 역할도 했다. 지난해 9월 경주를 찾은 관광객은 38만5152명이었으나 올해는 89만5252명으로 두 배 넘게 늘었다. 조직위가 동국대 경주캠퍼스 관광산업연구소에 맡긴 용역 결과를 보면, 생산 유발 3267억원, 고용 창출 1만2939명으로 나타났다. 조직위는 앞으로 엑스포공원을 상시개장하고, 경주엑스포 개최 주기도 2년으로 정해 경주와 해외 역사문화관광도시에서 번갈아 열 방침이다.
■ 반관반민 조직위의 한계=관 주도의 대중동원은 여전해 지자체와 각 기관 단체표 판매에 힘을 쏟았고, 평일에는 지역에서 온 관광버스와 학교 쪽의 단체관람이 대부분이었다. 엑스포공원 입구에는 현장 구매 입장권 가격보다 싼 암표가 팔릴 정도였다. 엑스포공원 상징건축물은 디자인 도용 시비에 휘말렸으며, 별개 행사지만 경북도와 경주시가 10억원의 예산을 들여 엑스포문화센터에서 연 대한민국 영화연기대상 시상식은 수상자들이 대거 불참해 티브이 생중계마저 취소됐다.
개최 취지와는 달리 “경주도 없고 세계도 없다”거나 “산만하고 중심이 없다”는 일부의 비판도 예년과 마찬가지였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 초청가수 등을 불러 주민 위안잔치로 끝나는 지역축제를 규모만 키워 놓은 것”이라거나 “서울의 기획사들이 돈 떨어지면 경주엑스포 언제 하느냐고 하더라”라는 가혹한 지적도 나왔다.
소비적인 문화이벤트일 뿐 지역의 문화역량 키우는 데 기여하는 바가 낮다는 비판도 뼈아프다. 전체 조직위 인력 66명 가운데 상근자 18명이고 나머지는 경북도와 경주시에서 그때 그때 채우는 한계도 뚜렷했다.
지역의 한 문화전문가는 “어떤 세계적 문화행사도 10년만에 명성을 얻기는 쉽지 않으며, 한국에서 이만한 문화축제의 장을 꾸준히 제공하는 것만도 큰 의의가 있다”며 “하지만 반관반민으로 구성된 조직위가 전문가 집단으로 구성돼 관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독자생존을 추구해야 노하우가 축적되고 자생력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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