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회 14일 창립 20년
장르·세대간 소통 ‘과제’로
장르·세대간 소통 ‘과제’로
‘…그렇게 우린 언제나 동행이었다./적천사 진달래 산정이거나 은해사 법당, 팔공산 가야산/사람들의 마을, 광장, 거리, 시장 속 골목 어디든/우리가 함께 한 자리엔 아름다움이 있었고/아름다운 삶의 문학이 있었고/그것이 오늘의 우리를 이루었다/그것이 오늘 우리가 가진 힘의 원천이 되었다.…’(배창환 시인의 <아름다운 동행-대구작가회의 20주년에 부쳐> 중에서)
민족문학작가회의 대구지회(이하 대구작가회의)가 14일로 창립 20돌을 맞는다. 대구작가회의는 1987년 11월14일 대구경북민족문학회란 이름으로 시작돼 1999년 지금의 이름으로 바꿨다.
11일 저녁 대구 수성구 범물동 소극장 가락스튜디오에서는 이 유서깊은 단체의 창립 20돌 기념행사가 열렸다. 20년 전 창립 당시 고문이었던 고 이오덕 권정생 선생은 이미 세상을 떴고, 혈기왕성하던 문학청년들은 어느덧 백발이 성성한 장년이 돼 자리를 채웠다.
축하공연과 축시 낭송에 이어 작가회의 20년을 회고하는 영상물이 상영됐다. 13년 동안 사무국장과 4년간 지회장을 지낸 대구작가회의 산 증인 김용락(49·경북외국어대 교수) 시인의 회고도 이어졌다.
김 시인은 “창립하던 날, 을씨년스런 날씨 속에 행사장이던 와이엠시에이 강당 출입구에 정보과 형사 몇이 우두커니 서 있던 기억이 난다”며 “삐걱이는 철제의자에 앉아 진행한 초라한 출범식이지만 열정만은 다들 누구보다도 뜨거웠다”고 말했다.
대구작가회의는 13대 대선 직후인 1988년 1월25일 발행한 회보 창간사에서 “우리들은 문학의 무력함과 글쓰는 일의 허망함에 한숨을 쉬고, … 짓눌려 있지만 다른 어떤 약속보다도 우리 이웃들의 (민중적) 삶으로부터 구원을 찾을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 뒤 지난 20년간 문학기행 등 각종 문학 관련 행사를 열고 기관지를 발행하며 문협 성향의 문인들이 기반을 굳히고 있는 보수적인 대구에서 또 다른 문단의 한 축을 이뤄왔다. 현재 78명의 회원으로 구성된 작가회의는 세대교체와 지향성 확립이라는 또 하나의 과제 앞에 놓여 있다.
김윤현 지회장은 “지역 영상문화단체를 비롯해 다양한 장르와 연대하는 등 젊은 작가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길을 찾고, 열린 자세로 앞으로의 20년을 가꿀 새로운 지향을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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