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산터널 반대 농성장 텐트 앞에 선 마임배우 이상옥씨(가운데)와 앞산꼭지 회원 임성무(왼쪽), 신영철씨. 사진 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대구 앞산터널 반대’ 20일째 천막농성
대구시 달서구 상인동 청소년수련관 옆 달비골 입구, 임휴사로 올라가는 등산로 길목에 5일부터 텐트 하나가 눈에 띈다. 이곳은 ‘앞산꼭지’(앞산을 꼭 지키려는 사람들) 회원들과 앞산터널반대 범시민투쟁본부 등 대구 4차순환도로 구간의 앞산 터널공사에 반대하는 이들의 농성장이다. 대구시가 공사를 위해 가장 먼저 벌목공사를 벌이게 될 지점이기도 하다. 반대운동을 벌였던 시민단체들도 사실상 손을 들고, 올 겨울 벌목공사를 앞둔 상황에서 힘겨운 마지막 저항을 하고 있다.
배우 이상옥씨, 터널공사 벌목 막으려 ‘풍찬노숙’
‘앞산꼭지’ 회원들 “잘려나갈 나무 두곤 못돌아가” 겨울로 접어드는 추위 속에서 밤을 보내며 이 텐트를 지키고 있는 이상옥(31·대구시 달서구 월성동)씨. ‘녹색인간 퍼포먼스’로 알려진 마임배우이자 건설일용노동자인 이씨는 20일 가까이 붙박이로 농성장을 지키고 있다. 농성단장 곽상수씨, <녹색평론> 변홍철 주간, 상원초교 임성무 교사, 대구지하철노조 우창훈 씨 등 15∼20명도 돌아가며 농성장을 지키거나 저녁에 이곳을 찾아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고 간다. 골바람이 매섭게 불던 18일 밤에는 ‘작은 음악회’가 열렸다. <녹색평론> 주간 변씨의 기타와 하모니카 반주에 맞춰 이른 추위가 찾아온 달비골 기슭에서 농성단은 상수리나무 숲을 지켜달라는 염원을 담아 노래를 불렀다. 15일에는 강북공동육아협동조합 노마어린이집 어린이 20여 명이 이곳을 찾아 이씨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이씨는 “환경·시민단체마저 앞산 지키기를 포기해 체념 상태에 있었는데 머리가 아니라 몸이 끌려 이곳을 지키게 됐다”며 “급할 수록 돌아가라고 하지만 곧 전기톱에 잘려 나갈 상수리나무와 개암나무, 사시나무 앞에서는 차마 돌아가라는 말을 못하겠다”고 말했다. 앞산꼭지 회원 임성무 교사도 “공사가 시작되면 예상밖으로 숲 파괴가 심각한 현실을 시민들에게 제대로 알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 6월 앞산터널반대운동을 이끌어 왔던 대구환경운동연합 등은 반대하면서도 사실상 반대운동을 접었다. 하지만 농성에 참여한 이들은 힘이 부족해 ‘전기톱에 나무가 잘려 나가고 달비골 물속 버들치와 밀어들이 죽어 나가도록’ 공사를 막지 못할 지 모르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할 수 있는 모든 일들을 다한다는 생각이다. 곽 단장은 “지역 조직도 제대로 없고 환경단체도 전력을 다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앞산을 꼭 지키기 위해 작은 일이라도 하고 싶은 개인들이 모여 농성을 시작했다”며 “입증되지도 않은 작은 편익을 위해 우리의 자연환경과 삶의 공간을 파괴하려는 무모한 공사는 중단되야 한다”고 말했다. 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앞산꼭지’ 회원들 “잘려나갈 나무 두곤 못돌아가” 겨울로 접어드는 추위 속에서 밤을 보내며 이 텐트를 지키고 있는 이상옥(31·대구시 달서구 월성동)씨. ‘녹색인간 퍼포먼스’로 알려진 마임배우이자 건설일용노동자인 이씨는 20일 가까이 붙박이로 농성장을 지키고 있다. 농성단장 곽상수씨, <녹색평론> 변홍철 주간, 상원초교 임성무 교사, 대구지하철노조 우창훈 씨 등 15∼20명도 돌아가며 농성장을 지키거나 저녁에 이곳을 찾아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고 간다. 골바람이 매섭게 불던 18일 밤에는 ‘작은 음악회’가 열렸다. <녹색평론> 주간 변씨의 기타와 하모니카 반주에 맞춰 이른 추위가 찾아온 달비골 기슭에서 농성단은 상수리나무 숲을 지켜달라는 염원을 담아 노래를 불렀다. 15일에는 강북공동육아협동조합 노마어린이집 어린이 20여 명이 이곳을 찾아 이씨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이씨는 “환경·시민단체마저 앞산 지키기를 포기해 체념 상태에 있었는데 머리가 아니라 몸이 끌려 이곳을 지키게 됐다”며 “급할 수록 돌아가라고 하지만 곧 전기톱에 잘려 나갈 상수리나무와 개암나무, 사시나무 앞에서는 차마 돌아가라는 말을 못하겠다”고 말했다. 앞산꼭지 회원 임성무 교사도 “공사가 시작되면 예상밖으로 숲 파괴가 심각한 현실을 시민들에게 제대로 알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 6월 앞산터널반대운동을 이끌어 왔던 대구환경운동연합 등은 반대하면서도 사실상 반대운동을 접었다. 하지만 농성에 참여한 이들은 힘이 부족해 ‘전기톱에 나무가 잘려 나가고 달비골 물속 버들치와 밀어들이 죽어 나가도록’ 공사를 막지 못할 지 모르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할 수 있는 모든 일들을 다한다는 생각이다. 곽 단장은 “지역 조직도 제대로 없고 환경단체도 전력을 다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앞산을 꼭 지키기 위해 작은 일이라도 하고 싶은 개인들이 모여 농성을 시작했다”며 “입증되지도 않은 작은 편익을 위해 우리의 자연환경과 삶의 공간을 파괴하려는 무모한 공사는 중단되야 한다”고 말했다. 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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