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한 척이 집 한 척이었던 그 시절로 딱 한 번만 돌아갈 수 있다면 죽어도 소원이 없겠다던 그는 오늘 일당으로 1만6천원을 벌었다고 했다.(선박수리공 황일천씨)
‘일하는 당신을 위한 종합전시회-한 사진기 수리공 이야기’
10일부터 경북대 대강당에서…이발사·제빵업자 등 소개한 사진과 글
#1. “산다는 게 참 묘한 기라. 저거(FRP)이 그때는 나를 하루 아침에 놈팽이로 만든 원수 같은 거였는데 지금은 고쳐 주고 있으니…. 세상 더러운 거 아이가?”
배 한 척이 집 한 척이었던 그 시절로 딱 한 번만 돌아갈 수 있다면 죽어도 소원이 없겠다던 그는 오늘 일당으로 1만6천원을 벌었다고 했다.(선박수리공 황일천씨·사진)
#2. “가위를 잡은 지는 50년째고 이 가게에서 일한지는 올해로 37년째가 되는데 손님 같지가 않아. 밥상에 둘러앉은 식구 같아. 한 번 생각해봐. 서른 중반부터 봐온 사람들을 지금까지 봐오고 있으니 이게 어디 주인과 손님의 관계라고 할 수 있겠어.”
대구 중구 공평동 97-1 정안이용소 지하 계단을 내려서면 연륜이 묻어나는 그 곳에서 낼 모레면 칠순을 맞는 이발사 문동식씨를 만난다.(이발사 문동식씨·사진)
‘일하는 당신을 위한 종합전시회-한 사진기 수리공 이야기’에 전시될 사진 소개문의 일부다. 대구 민예총과 경북대 인문과학연구소가 10~ 23일 경북대 대강당 전시실에서 여는 이 전시는 이들처럼 우직한 손놀림으로 정직하게 돈을 버는 사람들, 힘든 직업군에 종사하는 이들에게 바쳐지는 헌사다.
대구에서 소문난 카메라 수리공이었던 김성민씨가 지난해 9월 지병으로 투병하자 전국 각지 40여 명의 사진가들이 김씨가 고쳐준 카메라로 찍은 100여 점의 사진을 대구가톨릭병원 복도에 걸고 회복을 기원했다. 하지만 김씨는 사진전 개막 다음날 35살의 나이로 끝내 눈을 감았고 사진전은 추모전이 됐다. 1년이 지난 뒤 대구민예총은 그처럼 일하는 사람들을 사진과 미술, 연극 등으로 재현하는 종합전시를 열기로 했다.
대구민예총 한상훈 사무국장은 “우리로서는 가장 필요한 이였는데 죽고 나니 흔적조차 남지 않아 너무 아쉬웠다”며 “일하는 보통사람들의 소중함을 예술로 기리고 연대하기 위해 이 행사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에서는 전문사진가 6명이 선박수리공과 이발사, 세공업자, 제빵업자, 철구조물 제작자, 자전거 수리업자 등 6명의 삶과 인생을 사진으로 찍어 르포라이터 박영희씨의 인터뷰 글과 함께 소개한다. 3명의 미술가들이 ‘낡은 사진기를 통해 바라본 세상’을 주제로 그린 작품, 일하는 이들을 주제로 한 공모 사진, 사진기 수리공 김씨의 생전 촬영작품과 그가 고친 사진기 등도 함께 선보인다. 일하는 사람들을 소재로 한 창작무언극도 공연된다.(053)426-2809 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사진 대구민예총 제공
대구민예총 한상훈 사무국장은 “우리로서는 가장 필요한 이였는데 죽고 나니 흔적조차 남지 않아 너무 아쉬웠다”며 “일하는 보통사람들의 소중함을 예술로 기리고 연대하기 위해 이 행사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에서는 전문사진가 6명이 선박수리공과 이발사, 세공업자, 제빵업자, 철구조물 제작자, 자전거 수리업자 등 6명의 삶과 인생을 사진으로 찍어 르포라이터 박영희씨의 인터뷰 글과 함께 소개한다. 3명의 미술가들이 ‘낡은 사진기를 통해 바라본 세상’을 주제로 그린 작품, 일하는 이들을 주제로 한 공모 사진, 사진기 수리공 김씨의 생전 촬영작품과 그가 고친 사진기 등도 함께 선보인다. 일하는 사람들을 소재로 한 창작무언극도 공연된다.(053)426-2809 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사진 대구민예총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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