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추한 집’ 식구들의 진솔한 삶 보러 오세요 대구 보현암 주지 비구니 선진(사진) 스님이 자신이 운영하는 인터넷 카페 ‘하루헌’( http://cafe.daum.net/haruhean )회원들과 회원전을 갖는다. 대구시 남구 대명동 목연갤러리에서 20∼30일까지 열리는 ‘하루헌 회원전’에서는 동양화, 서양화, 서예, 불화, 다도 등 회원들의 작품 33점을 선보인다. 선진 스님은 5년전에 하루헌을 열었다. 서울서 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포교활동을 하다 1999년 스승의 부름을 받고 대구에 내려 온 뒤 인터넷을 통해 보다 많은 이들을 만나기위해 카페를 열었다. 하루헌이란 <논어·자한편>에서 유래한 말로 (군자가 살면) ‘어찌 누추한 집일까보냐’란 뜻이다. 스님은 “비록 집은 작고 누추하지만 영혼은 깨어있자는 의미”라며 “소박하고 진솔하게 사는 사람들이 오가는 자리가 되기를 바랬다”고 설명했다. 현재 회원은 380여명을 웃돈다. 애초 생명·평화·환경 등의 주제에 중심을 두려했지만 회원과 운영자가 늘어나면서 다양한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사랑방이 됐다. 스님의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 때문인지 문화인 회원들이 특히 많다. 회원들만 보기 아까운 이들의 기량을 더 많은 이들과 나누자는 생각에 전시회를 열게 됐다. 1980년 유광스님을 은사로 통도사에서 출가한 스님은 운문사 강원 대교과를 수료한 뒤 비구니계를 받고 정진하다 1990년 불의의 사고로 한쪽 다리를 제대로 못쓰는 장애인이 됐다.
“몸이 이런데 중노릇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짐이나 되지 않을까”란 번민 속에 살던 스님에게 빛이 된 것은 ‘옴마니 반메 홈’쓰기였다. 꿈에 만난 관세음보살의 말이 계기가 돼 옴 마니 반메홈 10만장을 이웃에게 나눠주기로 결심했고 지금까지 2만5천여장을 썼다. 범어 진언과 경전 등을 불상 안에 넣는 의식인 불복장 의식 연구로 스님은 원광대 동양학과에서 석사학위까지 받았다. 범어 진언쓰기도 예술의 경지에 이르러 지난해 말에는 개인전도 열었다. 현재는 전국 장애인 승려 단체인 아나율 승가회 회장직을 맡고 있으며 민주노동당 후원회원이기도 하다. 하루헌 회원들은 소모임별로 시간을 내 인근 양로원과 장애인 복지시설에 봉사활동을 나간다. 대구/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