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 최초의 재래시장인 중구 옥교동 중앙시장이 지난해 11월 법원 경매에 넘어간 뒤 2층 한복가게 상인들이 일손을 잡지 못한 채 삼삼오오 모여 생계대책을 걱정하고 있다. 울산/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재건축상가 분양 저조 경매 넘어가
“30억 시 지원금 제때만 나왔어도…” 울산 최초의 재래시장인 중구 옥교동 중앙시장 상인들이 경기침체와 은행의 높은 문턱 탓에 재건축 시공회사에 건축비를 주지 못해 무더기 길거리로 내몰릴 위기에 놓였다. 150여명의 중앙시장 상인들은 지난해 11월 재건축 시공회사인 ㅎ사가 공사대금 100여억원을 받지 못했다며 상가 건물을 경매에 넘기는 바람에 하루하루를 한숨과 눈물로 지새우고 있다. 이들은 시장 재건축 때 4000만~1억원씩 분담금을 내고 평균 4평씩 점포를 분양받았으나, 감세와 원활한 상가 운영을 위해 개인등기가 아니라 (사)울산중앙시장 번영회 이름으로 등기를 해, 경매 낙찰자에게 고스란히 점포를 비워줘야 한다. 상인 최아무개(42)씨는 “4000만원의 빚을 내 4평을 분양받았는데 경매처분이 되면 뇌출혈로 쓰러진 남편의 월 치료비 150만원을 어떻게 마련할 지 걱정”이라며 “치료비에 보태려 날마다 폐지를 줍고 있는 시어머니께는 또 무슨 말을 해야 하느냐”고 눈물을 글썽였다. 이들 상인들은 1993년 국내 굴지의 ㅇ사가 낡고 오래된 중앙시장 건물을 20층 규모의 최신 건물을 지은 뒤 기존 상인들에게 거저 점포를 분양하겠다는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할 때만 해도 유명 백화점과 할인점에 빼앗긴 상권을 되찾을 수 있다는 단 꿈에 젖었다. 하지만, ㅇ사가 98년 경기침체에 따른 미분양을 우려해 재건축에서 발을 빼고, 상인들이 직접 건축비를 내 재건축에 나서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상인들은 시장 번영회를 만들어 평당 900만~1000만원씩의 건축비를 내고 건축비를 낸 만큼 점포를 배당받았다. 이들은 99년 ㅎ사로 시공회사를 바꾼 뒤 2003년 지하 3층, 지상 4층 규모로 재건축을 했으나, 전체 점포의 35%만 분양이 되면서 ㅎ사에 주기로 한 공사비 100여억원을 체납하게 됐다. 이에 ㅎ사는 1년6개월 동안 공사비를 받지 못하자, 지난해 11월 시장 건물을 경매에 넘겼다. 상인들은 “울산시가 애초 약속을 어기고 30억원의 추가 정책자금을 건물 완공 전 지원하지 않아 30억~40억원의 가압류를 당하고 시 정책자금보다 곱절 이상 비싼 금리로 근저당 대출을 받은 탓에 분양에 나쁜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다.
서안나(65·여) 시장 번영회장은 “미분양 점포를 애초 분양값의 60~70%에 분양해도 ㅎ사에 줘야 할 공사비 100억원은 거뜬히 갚을 수 있다”며 “시 정책자금만 믿고 재건축에 나선 영세상인들이 30~40년 동안 일군 전 재산을 날리게 됐다”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정책자금 23억원을 1차 지원한 뒤 30억원을 추가로 지원하려 위탁은행인 ㄱ은행에 융자결정을 통보했으나, 은행 쪽이 담보설정을 요구하는 바람에 지원이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울산/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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