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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풍경] 영화같던 ‘극장주의 꿈’ 현실로

등록 2008-02-21 22:09수정 2009-02-06 11:11

배사흠 대표(오른쪽)와 남태우 대구경북독립영화협회 사무국장은 대구 유일의 예술영화 전용관 동성아트홀을 이끄는 두 바퀴다.
배사흠 대표(오른쪽)와 남태우 대구경북독립영화협회 사무국장은 대구 유일의 예술영화 전용관 동성아트홀을 이끄는 두 바퀴다.
대구 유일 예술영화 전용극장 ‘동성아트홀’
간판 그리다 전재산 털어 극장 인수…경영난 겪기도
매니아들 모여들고 자원봉사자들 청소·매표까지 참여

대구시 중구 동성로 동아백화점 사거리 부근에 대구 유일의 예술영화 전용극장인 동성아트홀이 있다.

건물 2층의 칼국수집을 지나 설치미술 작품으로 장식된 좁은 복도를 오르면 3층에 과거와 현대가 뒤섞인 독특한 분위기의 단관 소극장 입구가 눈에 들어온다. 새우깡과 바나나킥 스낵 등이 진열된 요즘은 보기 힘든 ‘옛날식 매점’과 벽화, 포스터 모자이크로 장식된 깔끔한 실내가 묘한 조화를 이룬다. 이 영화관 대표 배사흠(63)씨는 1992년 200석 규모의 재개봉관인 소극장 ‘푸른극장’을 인수한 뒤 부인과 함께 17년째 이곳을 꾸려 오고 있다. 젊은 시절 만경관, 한일극장 등 주요 개봉관의 영화간판을 그렸던 배씨는 극장주의 꿈을 이루기 위해 전재산을 털고 빚까지 내 극장을 인수했다. 하지만 단관 소극장이 퇴조하면서 심한 경영난이 찾아왔다. 재개봉관에서 비디오 극장으로, 다시 제한상영관으로 변신했지만 관객은 ‘가뭄에 콩 나듯’했다. 그는 생각 끝에 2004년 9월부터 문화관광부 산하 영화진흥위원회의 지원을 받는 예술영화 전용관으로 바꾸었다.

일본단편영화제를 열 장소를 찾다가 우연히 극장을 들른 대구경북독립영화협회 사무국장 남태우(41)씨와의 만남은 결단을 내리는데 큰 힘이 됐다. 그 뒤 극장 관리는 배씨, 홍보와 영화 선정은 남씨와 협회가 각각 맡았다. 초기에는 하루에 열명도 찾지 않을 때가 많았고, 관객이 없어 영사기를 돌리지 못하는 날도 있었다. 남 국장은 “관성 때문인지 제한상영관의 중년 남성관객들과 예술영화 전용관의 젊은 여성관객들의 불편한 동거가 해소되는 데 6개월이 넘게 걸렸다”고 말했다. 극장에 찌든 담배 냄새가 빠지기 시작하던 이듬해 한 관객이 포털사이트에 ‘동성아트홀릭’이라는 회원 커뮤니티를 개설하면서 예술영화를 보고 싶어도 보지 못했던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미대생 회원들은 극장의 벽에 벽화를 그리고 작품을 설치했으며, 자원봉사자들이 청소, 매표, 상영 등 자발적으로 극장 운영에 참여했다. 대구단편영화제와 뉴질랜드영화제, 일본영화 뉴웨이브 상영전 등 갖가지 행사를 열면서 회원도 늘어 현재 두개의 포털사이트에 8600여 명이 가입했다. 입소문을 타고 관객도 늘어 주말이면 하루 100∼200명이 찾아 지난해 관객은 2만2500명에 이르렀다. 다음달엔 왕가위 감독 특별전과 무료인 일본영화 걸작선 행사를 기획해 두고 있다.

대표 배씨는 “극장을 꾸리면서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며 “앞으로 시설이 개선돼 관객들이 보다 편하게 영화를 볼 수 있도록 하는 게 유일한 꿈”이라며 활짝 웃었다. (053)425-2845.


글·사진 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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