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일자리’ 만들기 결실…울산 아삭김치공장 준공
“일을 다시 하니 젊어진 기분도 들고 돈도 벌 수 있어 너무 좋지.”
5일 울산 울주군 온양읍 대안리 아삭김치공장에서 일하는 60~70대 할머니 20여명은 오전부터 작업을 중단하고 청소에 여념이 없었다. 권태민(36) 공장장은 “지난해 12월부터 시험가동을 하고 있는데 이날 오후 준공식이 열려 작업을 하루 쉬기로 했다”고 말했다. 옥수윤(71) 할머니는 “그동안 할 일이 없어 집과 복지회관을 오갔다”며 “비슷한 또래의 할머니들과 함께 일을 할 수가 있어 너무 좋다”고 말했다.
아삭김치공장은 일을 하고 싶어도 일자리가 없어 집에서 쉬고 있는 노인들한테 일자리를 만들어 주기 위해 정부와 울산시가 5000만원씩을 내 조성한 1억원을 들여 238㎡의 터에 140㎡ 규모로 지어졌다. 하루에 1000㎏를 생산하는 설비를 갖추고 지난 1월부터 본격 생산에 들어가 현재 지역 중소기업 구내식당과 일반식당, 병원 등 25곳에 납품하고 있다. 울산 유일의 노인일자리 전문기관인 울산 중구 시니어클럽(대표 손경숙)이 운영을 맡고 있으며, 이곳에서 벌어들인 수익금은 재투자를 위한 자립 준비 적립금과 참여 노인 배분금 등으로 사용된다.
첫 모집에는 33명이 지원했다. 이 가운데 출·퇴근시간과 노인들의 건강을 고려해 공장과 가까운 이들을 중심으로 20명을 뽑았다. 뽑힌 노인 종업원들은 각자 건강 상태와 체력을 고려해 월~금요일 하루 4~8시간 일하고 한달에 20만~60만원의 활동비를 받는다. 이들이 하루 생산하는 김치는 600~700㎏이다. 권 공장장은 “하루 생산량을 1000㎏로 늘려 월 매출액을 2000만~3000만원으로 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넘어야 할 고개도 만만치 않다. 공장을 준공한 뒤부터는 정부와 시로부터 예산을 지원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공장을 제대로 가동하려면 지역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 대형 점포를 뚫어 납품을 해야 한다. 하지만 벌써 대형 점포들이 잇따라 ‘대기업 본사의 허락을 받지 않으면 어렵다’고 통보해오고 있다. 권 공장장은 “할머니들의 농익은 솜씨를 바탕으로 맛있고 안전한 김치를 만들어 시장에서 정당하게 평가받겠다”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