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에 구백리 머나먼 여행길
영조 때 여행가 권섭 선생 ‘유람답사기’ 출간
조선시대 ‘배낭여행가’의 팔도여행기가 문경에서 출간됐다.
문경새재박물관은 9일 문경 출신 조선시대 여행가이자 문필가 옥소 권섭(1671-1759) 선생이 전국을 유람하면서 쓴 유행록(답사기)을 국역한 <삼천에 구백리 머나먼 여행길>을 펴냈다. 제목은 권섭 선생이 충북의 단양 팔경을 둘러보고 황강에서 배를 타며 ‘삼천에 구백리 머나먼 여행길을 달포 남짓 쉬고서 석 달을 다녔네. 배불리 먹고서 몸에는 탈 없으니 지나온 강산마다 수많은 시라네’라고 한 구절에서 따 왔다.
지금의 경북 문경시 문경읍에서 태어난 권섭 선생은 금강산을 비롯해 설악산·지리산·가야산·관동팔경 등 영남과 영서·호남·관북·해서·기호지방 곳곳을 유람하길 좋아했다. 그는 각 지역의 명승을 둘러보고 느낀 감흥을 문학의 형태로 남기고 노정까지 상세히 기록했다.
이 책에는 선생이 문경 희양산 봉암사(당시 양산사)와 산북 김용사를 둘러본 유람기와 문경 10경의 그림이 있어 조선시대 선비의 눈에 비친 당시 문경의 풍경을 엿볼 수 있다. 또 영동 여덟 고을을 다니는 데 28일이 걸렸다거나 산에 들어가거나 바닷가를 따라간 것이 1446리, 바다에서 배를 탄 것이 100리였다는 등의 여행 일정이 상세히 기록돼 있다. 이밖에 서원에서 만난 선비와 나눈 대화를 비롯해 뱃사공·승려들과 있었던 일화 등도 함께 소개돼 있다. 권섭 선생은 4권의 유행록(1권 유실) 외에도 <옥소고> 등 문집과 2천 여편의 한시, 75수의 시조와 가사를 남겼다.
문경새재박물관 안태현 학예사는 “권집선생은 조선판 한비야나 유홍준이라고 말할 수 있다”며 “문경새재 박물관이 7월부터 옛길 박물관으로 리모델링됨에 따라 이 유람기를 주요 콘텐츠로 활용하고 시판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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