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숲에 가면 배곯는다
연 800만명 찾는 공원에 영업중인 식당 없어
입주 외식업체 “수지 안맞아” 1년넘게 휴업
입주 외식업체 “수지 안맞아” 1년넘게 휴업
연간 수백만명이 찾고 있는 서울 뚝섬의 서울숲 공원에 식사를 할 만한 변변한 식당 하나가 없어 이용객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서울숲은 2005년 6월 4조원으로 추정되는 개발이익을 포기한 채 115만여㎢ 크기의 녹지를 시민의 품에 돌려줌으로써 서울의 ‘센트럴파크’가 되리라는 목표로 화려하게 개장했다. 당시만 해도 중앙 쪽 수변휴게실에는 지상 2층 연면적 711㎡ 크기의 건물에 1층에는 식당과 매점, 2층에는 ㅍ외식업체가 문을 열어 허기진 이용객들이 배를 채울 수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2006년 11월부터 1년 5개월 가까이 문을 닫고 있다. 현재 식당 안에는 먼지만 쌓이고 밖에는 “불편을 끼쳐 죄송하다”는 안내문만 걸려 있다. 드넓은 공원 안에서 요기할 수 있는 곳은 편의점 2곳이 전부다. 최근 아이들을 데리고 서울숲 공원을 찾은 주부 유아무개(34)씨는 “아이들이 배가 고프다고 해 식당을 찾았다 문이 잠겨 하는 수 없이 편의점에서 컵라면을 사먹였다”며 불편을 호소했다.
장기간 폐업은 업자들이 감정평가액에 비해 과다한 가격을 써내고 낙찰받는 바람에 수지타산을 맞추지 못한 탓이 크다. 개장 당시 서울시는 감정평가회사에 의뢰해 3년 동안 5억7090만원을 평가액으로 제시했으나 해당 업자들은 200%가 훨씬 넘는 14억여원을 써내 낙찰을 받았다.
원 계약자 안아무개씨에게서 사업권을 물려받아 운영한 이아무개씨도 과다한 입찰가 제시의 문제점은 인정하면서도 “서울시가 개장 전 하루 방문객 수로 10만명까지 들먹였으나 실제로는 훨씬 못미쳤고, 인테리어도 우리가 직접 5억∼6억원을 들이는 바람에 빚더미에 앉았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서울시의 3년 전 예측이 과대포장됐을 가능성도 있다. 시는 감정평가 당시 인근 어린이대공원 안의 식당과 매점 등을 기준으로 삼았다고 밝혔다. 서울숲에 비해 각종 놀이기구와 동물원 등 즐길거리가 훨씬 많은 어린이대공원의 경우 2006년 10월 거의 공짜에 다름없던 입장료를 무료화하기 전 1년 동안 517만명이 찾았다. 반면 서울숲의 경우 2006년부터 두 해 동안 한 해 평균 800만여명이 찾았다는 게 공원관리사무소 쪽의 주장이다. 그러나 서울숲은 무료입장인 터에 담당 직원이 이용객의 수를 눈어림한 결과라 실제보다 부풀려졌을 가능성이 높다.
시는 새단장을 거쳐 오는 6월까지 식당 문을 다시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정호 푸른도시정책과장은 “이번에도 역시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에 따라 최고가 입찰 방식으로 사업자를 선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글·사진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글·사진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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