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제온’ 약값 협상 경과
환자들 “제약사 공급거부 정부가 제재해야”
“에이즈 환자 120명 가량이 속수무책으로 죽어가고 있는데도, 제약사는 약 공급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강제로라도 약을 공급하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가 25일 내성 에이즈 치료제 ‘푸제온’이 건강보험에서 꼭 필요한 약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인정했다는 소식에, 윤가브리엘 ‘에이치아이브이(HIV)·에이즈(AIDS) 인권연대 나누리플러스’ 대표는 이렇게 목소리를 높였다.
푸제온은 이미 2004년에 보험약값이 결정돼 국내에 약이 공급돼야 했지만, 이 약을 만드는 다국적 제약회사 로슈는 약값이 낮다며 공급을 거부하고 있다. 당시 약값은 2만5천원 가량으로 결정됐지만 로슈는 4만3235원을 주장했으며, 로슈가 지난해 9월 3만970원을 제시하면서 건강보험공단과 다시 약값 협상을 했으나 올해 1월 협상은 결렬됐다.
윤 대표는 “에이즈 발병 4년 만에 내성이 생겨 실명, 의식 혼란 등으로 거의 목숨을 잃을 뻔했지만 지난해 10월 푸제온을 맞으며 겨우 회복되고 있다”며 “기존 치료에 내성을 보이는 환자 120여명이 ‘약이 있는데도 죽어가고 있는 현실’을 제약사와 정부가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강아라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사무국장은 “터무니없이 높은 약값을 요구하면서 약을 공급하지 않고 있는 제약사도 문제이지만, 이를 방치하고 있는 정부의 책임도 묻지 않을 수 없다”며 “꼭 필요한 약으로 다시 인정된 만큼, ‘강제 실시권’을 발동해서라도 약이 꼭 필요한 환자에게 공급되도록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2004년 약값을 결정해 제시한 보건복지가족부는 약값을 올리지도, 강제 실시를 결정하지도 못하고 있다. 황상철 보건복지가족부 보험약제과 주무관은 “이미 약값을 결정했는데 제약사가 약을 공급하지 않고 버틴다고 해서 약값을 올려 주는 사례를 만들 수 없다”면서도 “외국의 다른 약 사례처럼 강제로 이 약을 공급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