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영철(24·사진)
대구 KYC ‘통일길라잡이’ 정영철씨
자신도 2004년 탈북…이듬해 지원시민단체 ‘취직’
“대학서 북한학 전공해 남북 간격 좁히는 일 하고파” 7일 오후 대구 중구 계산동 대구케이와이시(한국청년연합회) 사무실에선 대구 지역 첫 새터민 출신 시민단체 상근간사인 정영철(24·사진)씨는 기획안을 만드는 컴퓨터 작업에 여념이 없었다. 정씨가 이 단체에서 맡고 있는 일은 ‘통일길라잡이’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일이다. 통일길라잡이는 청년 새터민들의 언니, 오빠나 동생, 친구가 돼 남한사회 적응을 돕는 1대1 결연 프로그램이다. 그는 멘토(조언자) 지원자를 받아서 18일부터 두 달 동안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양성교육을 한 다음 새터민 멘티(피조언자)들과 결연시키는 사업을 하게 된다. 대구케이와이시는 2005년 이 사업을 처음 시작해 4기에 걸쳐 모두 23쌍의 멘티-멘토를 배출했다. 정씨는 이 프로그램의 1기 멘티로 참가하면서 이 단체와 처음 인연을 맺었다. 당시 그는 21살로 한국으로 입국해 하나원을 마치고 대구로 온 이듬해였다. 함경북도에 살다가 우여곡절 끝에 가족과 헤어져 2004년 홀로 탈북한 그에게 대구에서 지낸 하루하루는 참으로 외롭고 힘겨웠다. 아는 이도 없고 외래어가 많은 남쪽 말씨를 알아듣기도 힘들었다. 그는 당시의 심경을 “낯선 광야에 홀로 버려진 느낌”이라고 표현했다. 정서가 다른 대구사람들에게 선뜻 먼저 다가서기도 어려웠다. 그러다 보니 새터민들만 만나 옛날 이야기나 하게 됐으며, 남한 사회에 적응하기가 더 어려운 느낌이었다. 그때 대구북한이주민지원센터의 소개로 참가한 통일길라잡이 프로그램은 새로운 돌파구가 됐다. 멘토가 돼 준 대학생 채아무개(26)씨한테서 남한생활과, 공부등 많은 조언을 듣고 인간관계도 넓혔다. 통일길라잡이 활동 4년째를 맡는 그는 내친 김에 올초부터 대구케이와시 통일길라잡이 담당간사로 취직했다. 그는 “저처럼 대구생활에 적응하기 힘들어 하는 새터민들에게 작은 도움이나마 되고 싶어 이 일을 시작했다”며 “새터민 정착을 도와 주는 멘토를 지역 대학생이나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모집하고 있는 데 지원자가 많지 않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처음 빨리 기반을 잡고 싶은 생각에 한때 회사에 생산직 직원으로 취직했던 그는 미래를 위해 보다 긴 호흡이 필요하다고 보고 공부를 시작했다. 최근 고입 검정고시를 봤고, 올 8월에는 고졸 검정고시를 치러 합격하면 앞으로 대학에 진학할 계획이다. 정씨는 “대학에 진학한다면 북한학을 전공해 통일 이후를 대비하고 남쪽과 북쪽 사람의 간격을 좁히는 데 도움되는 일을 하고 싶다”고 밝게 웃었다. 대구에는 300여명의 정씨와 같은 새터민이 있다. (053)256-8220. 글·사진 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대학서 북한학 전공해 남북 간격 좁히는 일 하고파” 7일 오후 대구 중구 계산동 대구케이와이시(한국청년연합회) 사무실에선 대구 지역 첫 새터민 출신 시민단체 상근간사인 정영철(24·사진)씨는 기획안을 만드는 컴퓨터 작업에 여념이 없었다. 정씨가 이 단체에서 맡고 있는 일은 ‘통일길라잡이’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일이다. 통일길라잡이는 청년 새터민들의 언니, 오빠나 동생, 친구가 돼 남한사회 적응을 돕는 1대1 결연 프로그램이다. 그는 멘토(조언자) 지원자를 받아서 18일부터 두 달 동안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양성교육을 한 다음 새터민 멘티(피조언자)들과 결연시키는 사업을 하게 된다. 대구케이와이시는 2005년 이 사업을 처음 시작해 4기에 걸쳐 모두 23쌍의 멘티-멘토를 배출했다. 정씨는 이 프로그램의 1기 멘티로 참가하면서 이 단체와 처음 인연을 맺었다. 당시 그는 21살로 한국으로 입국해 하나원을 마치고 대구로 온 이듬해였다. 함경북도에 살다가 우여곡절 끝에 가족과 헤어져 2004년 홀로 탈북한 그에게 대구에서 지낸 하루하루는 참으로 외롭고 힘겨웠다. 아는 이도 없고 외래어가 많은 남쪽 말씨를 알아듣기도 힘들었다. 그는 당시의 심경을 “낯선 광야에 홀로 버려진 느낌”이라고 표현했다. 정서가 다른 대구사람들에게 선뜻 먼저 다가서기도 어려웠다. 그러다 보니 새터민들만 만나 옛날 이야기나 하게 됐으며, 남한 사회에 적응하기가 더 어려운 느낌이었다. 그때 대구북한이주민지원센터의 소개로 참가한 통일길라잡이 프로그램은 새로운 돌파구가 됐다. 멘토가 돼 준 대학생 채아무개(26)씨한테서 남한생활과, 공부등 많은 조언을 듣고 인간관계도 넓혔다. 통일길라잡이 활동 4년째를 맡는 그는 내친 김에 올초부터 대구케이와시 통일길라잡이 담당간사로 취직했다. 그는 “저처럼 대구생활에 적응하기 힘들어 하는 새터민들에게 작은 도움이나마 되고 싶어 이 일을 시작했다”며 “새터민 정착을 도와 주는 멘토를 지역 대학생이나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모집하고 있는 데 지원자가 많지 않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처음 빨리 기반을 잡고 싶은 생각에 한때 회사에 생산직 직원으로 취직했던 그는 미래를 위해 보다 긴 호흡이 필요하다고 보고 공부를 시작했다. 최근 고입 검정고시를 봤고, 올 8월에는 고졸 검정고시를 치러 합격하면 앞으로 대학에 진학할 계획이다. 정씨는 “대학에 진학한다면 북한학을 전공해 통일 이후를 대비하고 남쪽과 북쪽 사람의 간격을 좁히는 데 도움되는 일을 하고 싶다”고 밝게 웃었다. 대구에는 300여명의 정씨와 같은 새터민이 있다. (053)256-8220. 글·사진 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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