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 ‘0’…실수요자 불이익
울산에서 형식적으로 입주자 모집공고만 내고 홍보활동은 하지 않는 깜깜이 분양이 갈수록 극성을 부리고 있다.
깜깜이 분양에 앞장서고 있는 곳은 현대산업개발이다. 올 들어 울산에 분양한 아파트 세 곳 가운데 두 곳이 깜깜이 분양을 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지난달 16~18일 1~3순위 청약접수를 했던 중구 약사동 110~171㎡형 504가구와 같은 달 3~7일 1~3순위 청약접수를 했던 중구 성남동 175~316㎡형 202가구를 청약한 가구는 한 곳도 없었다. ㈜아이엘디가 시행하고 극동건설이 시공하는 중구 반구동 극동스타클래스도 3월5~7일 111~173㎡형 935가구에 대해 1~3순위 청약접수를 했으나 접수자는 한 명도 없었다. 깜깜이 분양에 나선 건설업체들은 “예정대로 행정절차를 밟아야 하는 상황에서 입주자를 모집해 봤자 10% 미만의 청약률이 예상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며 “불법이 아니어서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청약통장을 사용해 1~2순위 청약을 기다리던 무주택 가구와 실수요자들로서는 분양받을 계획이던 아파트의 로열층을 선택할 수 있는 등 좋은 기회를 무순위 청약자들에게 빼앗겨 버렸다. 또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고 무주택자들의 내집 마련 기회를 주기 위해 마련된 청약통장과 지난해 9월부터 무주택기간과 나이 등을 고려해 청약 자격을 우선해서 주고 있는 청약가점제도도 무의미해졌다.
중구청 건축허가과 관계자는 “현재로선 깜깜이 분양을 규제할 수 없다”고 밝히는 등 손을 놓고 있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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