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재 서울시청사 모습.
시쪽은 전면부·돔만 빼고 신축 추진 움직임
전문가들 “역사 간직한 대표적 근대건축물”
전문가들 “역사 간직한 대표적 근대건축물”

새 서울시청사 조감도.
1926년부터 82년 동안 수도 서울의 얼굴이었던 시청 본관이 지난주 폐쇄됐다. 서울시 새 청사 건설이 시작됨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서울시와 문화재위원회의 의견이 부딪쳐 시청 본관을 어떻게 보존·활용할 것인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문화와 역사에 대한 서울시의 철학 부재가 서울시청을 새 청사의 들러리로 전락시키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 보존-철거 논란 속 서울시청 본관 서울시는 지난해 7월부터 현재의 시청 본관을 도서관으로 활용하기 위해 건축물을 모두 해체한 뒤 전면부(파사드)과 중앙부 돔 정도만 복원하고, 안쪽을 신축하겠다는 의견을 보인다. 황해룡 서울시 신청사증축 추진반장은 “청사는 등록문화재 심사에서도 한차례 떨어지는 등 역사성을 제외하고는 건축물로서 가치가 높지 않다”고 혹평했다 그러나 문화재위원회는 시청 본관 건물은 전면은 물론, 옆면, 뒷면, 중앙계단, 회의장인 태평홀과 시장집무실, 기획상황실 등 주요 공간의 보존을 일관되게 권고하고 있다. 문화재위원인 김정동 목원대 교수(건축학)은 “법률에 따라 2003년 등록된 문화재를 놓고 이제 와서 건축물로서의 가치를 다시 논하는 것은 시청 본관의 훼손을 정당화하려는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 근대 건축물을 훼손하라? 전문가들은 새 청사를 짓기 위해 현 본관을 대부분 헐겠다는 서울시의 의견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김용미 새건축사협회 부회장은 “근대 건축물인 현재 본관을 고려하지 않고 거대한 새 청사 건축을 무리하게 추진하다 보니 현재 본관은 껍데기만 남는 상황이 됐다”고 비판했다. 안창모 경기대 건축대학원 교수(건축역사학회 이사)는 “서울시가 시청 건물의 미적·양식적 가치가 떨어진다고 이야기하는데,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지난 한 세기 동안 이 건물이 한국 사람들과 함께 경험해온 역사”라며 “멀쩡히 시청으로 잘 쓰이는 역사적인 건물을 갑자기 부숴버리고 새 건물을 짓겠다는 것은 반문화적이고 반역사적인 태도”라고 말했다. 홍성태 상지대 문화컨텐츠학과 교수는 “서울역, 한국은행과 함께 일제와 해방 이후의 역사를 가장 잘 보여주는 대표적 근대 건축물을 헐겠다는 것은 일종의 반달리즘(문화파괴주의)”이라며 “오세훈 시장은 무조건 옛것을 부수고 크고 새로운 것을 짓는 구태의연한 방식에서 벗어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순우 문화재연구가도 “대법원 건물의 전면부만 남긴 서울시립미술관을 과연 근대 건축물이나 문화재로 볼 수 있는지 서울시가 다시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 어떻게 보존·활용할 것인가? 안창모 교수는 “시청으로 지은 건물은 시청으로 쓰는 것이 가장 잘 맞다”며 “시청이 다른 곳으로 옮겨간 것도 아닌데, 굳이 현 본관을 시청으로 쓰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홍성태 교수는 “해방 전 20년, 해방 뒤 60년의 한국 근·현대사가 담겨 있는 만큼 서울시 역사와 시청 건물 변천을 보여주는 역사관으로 사용하는 것이 좋겠다”며 “시청 광장을 이용하는 데 필요한 편의시설 제공이나 옥상 개방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정동 교수는 “굳이 새 청사를 짓겠다면 현 본관은 도서관이든 관광 안내소든 시민들을 위한 장소로 바뀌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규원 김기태 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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