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청 본관의 보존과 철거를 두고 서울시와 문화재청·문화재위원회가 대립하고 있다. 24일 서울시가 중앙홀과 돔을 제외한 나머지 공간을 헐고 다시 짓겠다고 밝히자, 25일 문화재청과 문화재위원회는 시청 본관을 함부로 손대지 못하도록 사적으로 지정하는 문제를 검토하겠다고 반격했다. 사진가 한영수씨가 1958~1963년 한강에서 촬영한 사진 40점과 한강 르네상스 사업 조감도 20점이 전시된 서울시청 광장의 25일 모습.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원형보존 권고’ 시에서 사실상 무시
태평홀·전면외벽 등 대부분 헐릴판
태평홀·전면외벽 등 대부분 헐릴판
서울시청 본관 건물의 주요 공간을 모두 보존하라는 문화재위원회의 권고와 달리 서울시가 본관 상당 부분을 헐고 다시 짓겠다고 하자, 문화재청과 문화재위원회가 시청 본관을 사적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며 제동을 걸고 나섰다. 서울시는 24일 시청 본관의 중앙홀과 돔만 현재대로 보존하고, 전면 외벽(파사드), 태평홀, 시장 집무실 등은 헐고 다시 짓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성범 문화재청 근대문화재과장은 25일 “이번에 서울시가 밝힌 안은 문화재인 서울시청 건물의 원형을 유지하기 어려운 안이라서 받아들일 수 없다”며 “서울시가 파사드와 태평홀 등 주요 공간을 일방적으로 철거하지 못하도록 사적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과장은 “서울시청 건물은 국민들 사이에서 서울시의 상징으로 깊이 각인돼 있는데, 그것을 철거한 뒤에 다시 짓는다면 문화재로서의 가치가 사라진다”며 “서울시가 시청 건물을 문화재가 아닌 일반 건축물처럼 보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김정동 문화재위원(근대문화재 분과)도 “서울시가 처음부터 태평홀의 위치를 옮기겠다고 밝혔으나, 지난번 문화재위원회에서 부결시켰다”며 “서울시가 문화재위원회의 결정사항을 사실상 거부한 것이므로 위원회를 다시 열어 사적 지정이나 서울시 고발 등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시청은 현재 등록문화재라 소유자인 서울시가 마음대로 헐거나 고칠 수 있으나, 지정문화재인 사적이 되면 서울시의 일방적인 철거나 개축이 불가능해진다. 시청 본관과 함께 서울의 3대 근대건축물인 서울역과 한국은행은 모두 사적으로 지정돼 있다.
시민단체인 문화연대의 황평우 문화유산위원장(문화재 전문위원)은 “이제까지 모든 중앙·지방 정부들이 문화재위원회의 권고안을 따랐으며, 오세훈 시장도 문화재위원회의 결정에 따르겠다고 밝혀왔다”며 “서울시가 이렇게 나온다면 문화재위원회에서 사적 지정을 추진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국근대건축보존회 부회장인 안창모 경기대 건축대학원 교수는 “태평홀이나 파사드를 헐고 다시 짓겠다는 것은 문화재를 보는 기본 시각이 잘못된 것”이라며 “역사적 건축물은 보수·보강하면서 보존해나가는 것이지 문제가 있다고 헐고 다시 짓는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효수 서울시 주택국장은 “중앙홀의 경우, 안전진단 결과가 나빴지만, 문화재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원형 보존을 결정했다”며 “시청 본관에 대한 사적 지정은 법적인 요건이 안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오세훈 시장은 지난 6월20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시청 본관에 대해 문화재위원들이 어떤 상태가 가장 좋다고 하면 서울시가 따를 용의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서울시청 본관은 1926년 경성부청 건물로 지어졌으며, 2003년 등록문화재가 됐다. 서울역·한국은행과 달리 장식이 거의 없는 근대주의 양식을 보여주는 대표적 건물이다.
김규원 이정훈 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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