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대구시 중구 계산동 대구케이와이시 교육실에 자리 잡은 ‘우리학교’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 재일코리안청년연합 회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밝게 웃고 있다.
대구 KYC 교류행사 ‘우리학교’ 참가 12명
“여름휴가 대신에 모국어 배우러 왔어요”
“여름휴가 대신에 모국어 배우러 왔어요”
“따라해 보세요. 재미있는 만화, 달다….”
28일 오전, 대구지역 시민·청년단체인 대구케이와이시(KYC) 교육실. 한 무리의 젊은 남녀들이 강사의 지도에 따라 한국어를 배우고 있었다. 서툰 발음이었지만 표정은 무척 밝고 진지했다. 실수할 때면 한바탕 웃음이 터져나왔다.
한국어 공부를 하는 이들은 일본 오사카의 재일동포 단체인 재일코리안청년연합(KEY) 오사카 지부 회원들이다.
이들은 대구케이와이시가 올해 처음 마련한 한글·문화 체험 프로그램 ‘우리학교’에서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여름방학·휴가를 활용해 지난 21일 9박 10일 일정으로 한국에 왔다.
모두 12명의 10∼30대 2∼4세 재일동포 남녀로 학생, 간호사, 회사원, 주부 등 직업도 다양하다. 수준별로 나뉘어 9시부터 1시까지 진행되는 한국어 수업 시간엔 일본말을 쓰지 않는다. 오후에는 사물놀이나 노래·요리 교실, 합천 원폭피해자 가정 방문, 대구 음식 맛보기, 재래시장에서 물건 사기 등 다양한 체험학습을 한다.
요즘 동포 사회에서는 우리말을 못하는 3, 4세대가 급격히 늘고 있다. 한국어로 수업을 하는 민족학교의 수가 턱없이 적고 대다수가 일본 학교에 다니기 때문이다. 민단·총련을 통틀어 일본 내 민족학교에 다니는 동포가 전체의 12.5%에 불과하단다.
교포 3세 김행미(31·간호사)씨는 “민족학교는 정부 지원을 못 받아 수업료가 비싼데다 취업에 유리해 가까운 일본 학교에 다니는 경우가 많다”며 “점점 우리말이 잊혀지고 있다”고 말했다.
강원홍(21)씨는 “주말 방문한 경주 석굴암이 전율을 느낄 정도로 아름다웠다”며 “한국어 공부에도 큰 도움이 돼 내년에도 기회가 된다면 ‘우리학교’에 오고 싶다”고 말했다.
대구 케이와이시와 재일코리안청년연합 오사카 지부는 2001년 원폭피해자 소송 지원운동을 계기로 2003년 자매결연을 한 뒤 청년 엔지오 평화포럼을 6년째 해마다 열어왔다.
김동렬 대구케이와이시 사무처장은 “재일동포들이 정체성을 찾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우리학교를 시작했다”며 “최근 오사카 동포 사회에서 한글 강좌가 큰 인기를 끌고 있는데 우리말을 배우려는 동포들을 위한 적극적 지원과 연대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대구/글·사진 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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