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제삿밥·식혜·소주·국시·찜닭·간고등어·문어 등 수백년을 내려오는 독특한 음식 문화를 지닌 경북 안동시가 전통음식을 활용한 식품산업화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시는 내달 3일 안동음식대전을 시작으로 전통음식을 새로 발굴해 브랜드화하고, 안동음식종합타운도 세우기로 했다.
■ 안동 음식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 광산 김씨 문중의 121가지 조리법이 실린 <수운잡방>, 영양으로 시집간 정부인 안동 장씨가 쓴 144종의 조리법이 실린 최초의 한글 조리서 <음식디미방>(飮食知味方), 안동 임하면 의성 김씨 집안에 전해오는 <온주법>(1700년대 말). 안동 음식과 관련해 수백년을 내려오는 조선시대의 옛 요리책들이다. 안동시는 이런 전통을 잇고자 ‘안동 음식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이란 주제로 내달 3일 안동체육관과 지역 대학 조리실습실 등에서 ‘2008 안동음식대전’을 연다. 주제 전시관에서는 <수운잡방> 등 옛 안동요리책의 음식이 재현되고 근현대의 안동 음식과 우주식 등 미래 음식도 전시된다. 향토 음식 경연대회와 안동소주 술 빚는 체험, 영국여왕 생일상, 통과의례 상차림, 불천위 제사상 차림, 혼례 음식, 자연요리 퍼포먼스도 펼친다.
황규화 안동시 문화관광산업과장은 “2008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 기간 모이는 국내외 관광객에게 안동 음식을 알려 안동 음식 브랜드화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이 행사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 전국으로 퍼져나간 안동 전통음식 안동의 대표적 전통음식은 헛제삿밥이다. 최영년의 <해동죽지>(1925년)를 보면 “평상시에는 제삿밥을 먹을 수 없으므로 제사음식과 같은 재료를 마련해 비빔밥을 해먹은 데서 헛제삿밥이 생겨났다”는 구절이 있다. 이 밖에 서원이 많은 이곳 유생들이 쌀이 귀한 시절 제사 음식을 차려놓고 거짓 제사를 지낸 뒤 제수 음식을 먹었다는 설과 제사를 지낼 수 없는 상민들이 쌀밥이 먹고 싶어 헛제사 음식을 만들어 먹은 데서 시작했다는 설 등이 있다.
안동국시는 여름에 먹는 건진국수와 겨울에 먹는 누름국수가 있다. 국수에다 조밥과 배추쌈이 나오고, 부추·파·고추부침이 함께 곁들여져 인기를 끌고 있다.
안동간고등어는 내륙지방의 특성에서 비롯됐다. 생선은 상하기 직전에 나오는 효소가 맛을 좋게 하는데, 가장 가까운 바다가 있는 영덕에서 안동까지 하루가 넘게 오다 보면 얼추 상하기 직전이 되며 이때 소금간을 하면 맛있는 간고등어가 된다는 것이다. 매콤하고 달콤하면서 간간한 맛이 조화를 이룬 안동찜닭과 안동소주는 이미 널리 알려진 브랜드가 됐다.
이 밖에 고춧가루와 생강의 매콤한 맛과 무가 어우러진 안동식혜, 안동지역에서 제사상에 빠지지 않는 최고 인기 음식 안동문어도 대표적 안동 음식이다. 문어의 글월 문자가 양반고기를 나타내며 바다 깊은 곳에서 몸을 낮추어 생활하는 습성이 선비들의 덕목인 겸양의 뜻을 나타내 사랑받았다 한다. 포항·후포 등지에서 산 문어로 들여오며 문어를 삶는 물의 육수와 온도, 간, 시간 등이 절묘한 조화를 이룬 안동문어는 택배를 통해 전국으로 팔려나간다.
박금순 대구가톨릭대 교수(외식식품산업학부)는 “안동은 제례나 손님 접대를 중시한 유교문화와 내륙산간 지형이 만나 가문마다 독특한 음식 문화를 지니고 있는 우리 전통음식의 보고”라고 말했다.
■ 안동 음식 전국으로, 세계로 안동시는 1970년대 한 차례 산업화를 거친 안동 음식의 도약을 위해서는 새로운 음식브랜드 개발에 나서야 할 시점이란 판단을 하고 있다. 시는 지난해부터 전통음식문화팀을 신설하고 전통음식 산업화에 적극 나섰다. 내달부터는 식품산업과도 신설된다. 안동 94개 종가 및 고택의 손님 접대 음식과 구전돼 내려오는 안동 서민들의 음식을 수집해 <안동음식조리백서>를 만들고 있다. 지난 6월 식문화 관련 학술세미나를 열었고, 다음달 안동음식대전에서는 안동음식박람회도 연다. 특히 2013년까지 350여억원을 들여 안동음식종합타운을 설립한다는 구상을 세우고 추진 중이다.
안동음식종합타운은 옛 요리책의 음식을 현대화한 향토음식과 전통 한식을 전승할 수 있는 안동한식 문화전시·체험 공간이다. 또 식재료 공급센터와 안동한식 산업화 구실도 맡게 된다. 안동시는 양반 밥상 등을 활용한 프랜차이즈 사업과 지역축제, 농축산물과 연계한 한식 관광사업도 추진할 방침이다.
김휘동 안동시장은 “안동만의 독창적 음식 문화를 발전시켜 전국민 나아가 전세계인이 즐기게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안동/박영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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