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납치·환급금·벌금’ 등 사기수법 총동원
충남 천안경찰서는 21일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피해자들이 입금한 수십억원을 중국으로 빼돌린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로 쩡아무개(28)씨 등 2명을 구속하고 중국 총책 진아무개씨에 대해 인터폴에 공조수사를 의뢰했다.
경찰은 또 노숙자 등에게 돈을 주고 대포통장을 만들어 쩡씨 등에게 준 김아무개(31)씨 등 3명을 같은 혐의로 구속하는 한편 20만원씩을 받고 통장을 개설해 준 혐의(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등)로 노숙자 임아무개(42)씨 등 37명을 입건했다.
쩡씨 등 중국인 2명은 김씨 등으로부터 임씨 등 이름으로 개설된 통장 198개를 넘겨받은 뒤 지난 14일 ‘명의를 도용당해 보안조처를 해야한다’는 사기 전화에 속은 홍아무개(70)씨가 현금지급기로 대포통장에 입금한 162만원을 찾아 중국 총책 진씨에게 보내는 등 지난 1일부터 18일 동안 522차례에 걸쳐 27억원을 중국으로 송금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수사결과, 쩡씨 등은 중국에서 진씨로부터 대포통장을 이용한 송금 방법 등을 배운 뒤 지난 2005년 한국에 입국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쩡씨와 통장 모집책인 김씨가 이번 범행 전부터 알고 지냈고 쩡씨가 한국에서 3년여를 불법 체류한 점 등으로 미뤄 쩡씨가 중국의 전화 금융사기조직 국내 책임자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여죄를 추궁하는 한편 쩡씨와 가깝게 지낸 것으로 알려진 중국인 10여명을 쫓고 있다.
수사 관계자는 “중국의 콜센터는 무작위로 사기 전화를 걸고 쩡씨 등은 피해자들이 돈을 입금할 계좌를 관리하고 돈을 중국으로 빼돌린 것으로 드러났다”며 “피해자 조사를 해보니 가족 납치, 국제소포배달, 환급금, 수사기관 벌금 등 알려진 전화 사기 수법이 총동원된 것으로 확인돼 인터폴에 총책 검거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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