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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풍경] 장애·비장애 벽 허문 ‘하나된 몸짓’

등록 2008-10-23 20:40

 노인요양시설 자비원 법당에서 태연재활원 원생과 삼성정밀화학 직원들이 1970년대 스웨덴 혼성 4인조 그룹 ‘아바’의 히트곡 <맘마미아>에 맞춰 율동을 하고 있다. 울산생명의숲 제공
노인요양시설 자비원 법당에서 태연재활원 원생과 삼성정밀화학 직원들이 1970년대 스웨덴 혼성 4인조 그룹 ‘아바’의 히트곡 <맘마미아>에 맞춰 율동을 하고 있다. 울산생명의숲 제공
어르신 위로 공연나선 울산 태연재활원생들
“옳거니. 잘한다.”

23일 오후 1시30분 경남 양산시 통도사 근처 노인요양시설 자비원 법당. 장애인과 비장애인 20여 명이 1970년대 스웨덴 혼성 그룹 ‘아바’의 히트곡 <맘마미아>에 맞춰 율동을 시작하자 30여명의 어르신들이 계속해서 “잘한다”며 탄성을 질렀다. 장애인 노래팀 ‘요술피리’와 춤패 ‘악동클럽’ 팀원들이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자 어르신들은 큰 박수로 격려했다. 갖은 병마와 씨름하던 어르신들은 모처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요양시설 어르신들 “옳거니”
삼성정밀화학 직원 20명도
짝 이뤄 숲 체험·봉사활동

이날 무대에 오른 장애인들은 울산 북구 태연재활원 원생들이다. 지능지수 70이하의 지적장애를 앓고 있는 10~30대들이 자비원에서 요양을 하고 있는 어르신들을 위해 재롱을 떨었다. 원생들은 공연이 끝나자 잔뜩 고무된 표정이었다.

이들의 공연을 보면서 또 다른 느낌을 갖는 이들이 있었다. 1박2일 일정으로 원생들과 함께했던 삼성정밀화학 직원들이다. 이 회사 백용현 차장은 “장애인이 다른 어려움을 겪는 누군가를 위해 노래와 춤을 부르는 것을 보면서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장애인을 돕는다는 마음으로 참여했는데 되레 배울 것이 많은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이날 공연은 2005년부터 해마다 10월 1박2일 일정으로 전국의 유명 숲에서 장애인들이 맘껏 뛰어놀도록 하는 행사를 열고 있는 울산생명의숲과 삼성정밀화학이 마련했다. 단순히 장애인 숲 체험에 그치지 않고 나아가 장애인들이 소외된 이웃을 돕는 봉사를 하도록 함으로써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하고, 나눔의 릴레이운동을 확산시키자는 취지였다.

이에 삼성정밀화학 직원 20명이 원생들의 도우미로 나섰다. 울산생명의숲 자원봉사자 10여명은 행사 진행을 맡았다. 첫날인 22일 오후 양산 솔밭휴양림에 도착한 20명의 원생은 삼성정밀화학 직원 1명과 짝을 이뤄 숲 해설가의 설명을 들으며 함께 걷기도 하고 솔방울 던지기와 풍선 터트리기 등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날 최고의 일정은 다음날 자비원에서 펼칠 공연을 위한 연습이었다. 삼성정밀화학 여직원 두 명이 <맘마미아>에 맞춰 율동을 하자 40여명의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뒤섞여 몸을 흔들었다. 1시간 동안의 연습을 통해 참가자들은 하나가 되어 갔다. 단체 율동이 끝난 뒤에는 ‘요술피리’와 ‘악동클럽’ 멤버들이 비장애인들 앞에서 다음날 펼칠 공연의 시범을 보이며 연습에 여념이 없었다. 23일 오후 3시 1박2일의 여정을 마치고 다시 태연재활원으로 돌아온 원생들은 삼성정밀화학 직원들이 흔드는 손을 보며 눈물을 글썽였다.

울산생명의숲 박현주 간사는 “많은 장애인이 아직도 도움의 손길을 받지 못해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을 잊고 살아가고 있다”며 “나눔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뜻 있는 행사에 많은 단체나 회사가 참여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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