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때는 요란하더니… / 인천시가 전세계 57개국 15억명에 이르는 이슬람 세계의 문화를 소개하겠다며, 지난해 10월 문을 연 중동문화원을 갑자기 폐쇄하겠다고 밝혀 의문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해 10월 개원식에 안상수 시장, 한덕규 한국 중동협회장을 비롯해 주한 중동 나라들의 대사와 왕자, 중동지역 에너지·문화재 관계자 등이 참석한 모습. 인천시 제공
시 “외국인 종합지원센터로 확대·개편”
일부선 “개신교 반발로 시가 운영 포기”
일부선 “개신교 반발로 시가 운영 포기”
인천시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설치된 중동문화원을 1년만에 갑자기 폐쇄하기로 결정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중동문화원 관계자들은 개신교쪽의 문제 제기가 갑작스런 폐쇄의 원인이 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인천 중동문화원은 “인천시가 지난달 30일 ‘사업 예산이 마련되지 않아 사업을 중단한다’는 방침을 통보해 왔다”고 27일 밝혔다.
중동문화원은 지난해 10월22일 인천시 남동구 구월동 인천시청 인근 건물 1000여㎡를 빌려 전시관, 사막체험관, 비지니스센터, 중동자료실, 강의실을 마련해 문을 열었다. 당시 개원식에는 중동의 22개국이 가입한 아랍연맹 사무차장과 아랍권 국가 대사 10여명, 카타르 왕세자, 쿠웨이트 국왕 특사 등이 참석했으며, 아랍의 주요 언론들이 보도하는 등 아랍권의 큰 관심을 끌었다.
인천 중동문화원은 2014년 아시안게임 유치활동이 한창이던 2006년 10월 안 시장이 중동 국가 주요 인사를 만나 “중동문화원을 만들겠다”고 약속한 뒤 한국 중동협회와 ‘중국문화원 운영자 지정을 위한 양해각서’를 교환하고 지난해 10월 건물을 임대해 개원했다. 중동문화원 관계자는 “개원식 때 안 시장이 직접 참석해 아랍권 고위 인사들에게 ‘2012년까지 청라지구에 건물을 새로 지어 문화원을 옮기겠다’고 약속했고, 이날 참석한 인사들과 함께 청라지구에 아랍거리 표지석까지 세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인천시는 “현재 운영중인 외국인 종합지원 센터를 확대·개편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히고, 중동문화원이 갑자기 문을 닫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 시는 올해 임대료와 관리비 등으로 모두 6억원을 지원했다.
그러나 시로부터 위탁받아 중동문화원을 운영해온 한국중동협회 한 관계자는 “이명박 정부 들어서 종교간 갈등이 중폭되던 지난 8월 중순께 한 종교 방송이 ‘중동문화원이 문화를 가장해 이슬람교를 전파하고 있다’고 보도했고, 개신교도들로부터 ‘왜 이슬람을 밀어주느냐’는 민원이 제기되자 인천시가 운영을 포기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영환 기자 yw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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