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룡포 옛 ‘종로거리’에 남아 있는 일본식 가옥들. 포항시 제공
적산가옥 문화재 등록 검토등
포항시, 2013년까지 재현계획
포항시, 2013년까지 재현계획
과메기 고장으로 알려진 포항시 구룡포읍의 일본 적산가옥 거리에 대한 근대문화재 등록이 검토되고 있다.
1910년대까지만 해도 한적한 어항이었던 구룡포는 이후 현대식 방파제가 생기면서 경북 최대의 어업 전진기지가 됐다. 대형 어선을 이끈 일본인 선주들과 선원들이 몰려들었고 이들을 상대로 한 상점과 유곽들이 들어섰다. 12월이 가까워오면 서해 흑산도나 남해 거문도에서 고기잡이를 시작한 수백척의 배들이 구룡포 앞바다에서 한 해의 어업을 마무리했고, 구룡포 거리와 골목은 이들로 흥청댔다. <영일군사>에는 1933년 구룡포에 270여가구 1100여명의 일본인이 살았다고 기록돼 있다.
현재도 당시 ‘종로거리’ 등으로 불렸던 구룡포 읍내 장안마을엔 좁은 골목 좌우로 퇴락한 일본식 2층 목조가옥들이 즐비하다. 먼지 쌓이고 유리창에 구멍난 낡은 목조건물이 빽빽한 좁은 골목길을 따라가다 보면 마치 과거로 돌아간 느낌도 갖게 된다.
포항시는 이 일대를 구룡포 역사·문화 거리로 개발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최근 구룡포 일대 적산가옥 5채를 근대 문화유산으로 등록하기 위해 등록예고를 했다. 시는 2013년까지 이 일대에 1920년대 옛 일본인 거리를 재현해 관광자원으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지난 6월 연구를 의뢰한 거리 활용계획은 이달 중 결과가 나온다. 이 계획에는 적산가옥을 보수해 일본인을 상대로 한 기념품 판매장과 일본식 여관을 운영하는 방안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재청도 활용계획 연구 결과가 나오면 함께 심의해 내년 2월께 문화재 등록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적산가옥 거리 복원을 추진하는 서인만(49) 구룡포 근대문화거리 조성 주민 추진위원장은 “단순한 관광자원을 넘어서 우리의 아픈 역사를 기억하기 위해서라도 거리 복원 사업은 의의가 있다”며 “신청한 가옥들이 문화재로 등록되면 다른 가옥들과 거리 전체의 문화재 등록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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