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풍경] 배곯으며 노래해도 행복하지 아니한가

각설이 김상철씨가 분장을 하고 있다. 사진 이정건, 대구민예총 제공

대구서 27일까지 열리는 ‘일하는 사람을 위한 종합전시’

농사꾼 사연 등 가난한 예술가 사연 사진·글로 소개

논과 밭을 경전으로 삼은 농민시인 이중기, 세상을 향해 등을 내보이는 조형예술가 최정미, 여든두살의 나이에도 상쇠의 긍지를 내려놓을 수 없는 최고령 현역 상쇠 강순연, ‘정년 서른살’을 앞둔 비보이 전경배, 부산역 하늘 아래 노숙자와 함께 노래하는 거리의 가수 이호준, 구성진 각설이 타령에 평생 사로잡힌 용팔이 각설이 김상철, ….

대구민예총이 15∼27일 경북대 갤러리 케이엔유 아트갤러리 스페이스9에서 여는 ‘2008 일하는 사람을 위한 종합전시’ 발문의 한 대목이다.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종합전시는 지난해 안타깝게 젊은 나이에 세상을 뜬 한 사진기 수리공을 기리기 위해 처음 마련됐다. 해마다 일정한 직업군의 일하는 사람들을 집중 연구한 뒤 사진과 르포, 미술, 체험 등 여러 장르의 협업으로 표현해내고 있다.

지난해의 주제가 사라져가는 수공업자들이었다면 올해는 생계를 위해 다른 직업을 병행하는 예술가들이나 거리예술가, 야간업소 출연 예능인 등 낮은 곳에서 활동하는 생계형 예술가들이다.

‘예술밥 먹는 사람들’이라는 제목이 붙은 이번 전시는 그들이 사는 모습과 예술세계를 살펴보면서 일과 삶, 예술의 상관 관계를 모색하는 자리다. 발문을 쓴 경북대 이강은 교수(노어노문학)는 “예술하는 사람과 생활하는 사람, 이미 건널 수 없게 갈라선 한몸의 추억을 되새기며 그 행복한 일치와 가능성에 시선을 모으는 자리”라고 말했다.

행사 동안 ‘사진마당’에서는 예술가 여섯 사람의 모습을 사진과 글로 소개한다. 이를 위해 여섯명의 사진가가 초점을 맞췄으며 다섯명의 시인과 작가가 펜을 들었다. 영천에서 복숭아 농사를 짓는 농민시인과 자기 고향도 아닌 거리에서 돈도 안되는 노래를 부르는 거리의 가수, 스무살 중반의 나이에 험난한 비보이의 길로 들어선 서른의 비보이 등의 사연이 사진과 함께 펼쳐진다.

‘공연·강연마당’에서는 사진 속 예술가들이 직접 공연을 펼치거나 작품을 만들고 강의도 한다. 이와 함께 설치미술가들의 창작품과 ‘2008 일하는 사람을 위한 사진공모전’에 응모한 사진 300여 점이 전시되고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제작한 인권영화도 상영된다.

전시장은 일하는 사람들을 위해 평일에도 밤 9시까지 개방하며, 관람객들에게는 기념사진을 무료로 찍어주고, 전시장 안에서도 촬영을 허락해 즉석에서 인화도 해준다.

대구민예총 한상훈 사무국장은 “여러 예술가들과 함께 우직한 손놀림으로 정직하게 돈을 버는 사람들, 힘든 직업군에 종사하는 사람들에 대한 헌사를 바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phone].

박영률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