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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사람과풍경] 황량한 빈 가게에서 문화가 숨쉰다

등록 2008-12-18 20:36

 메트로프라자 지하상가의 빈 상점을 활용해 진행되는 전시회 ‘도시디자인 프로젝트-미술, 대구에 색을 입히다’전을 지나가던 여고생들이 보고 있다.
메트로프라자 지하상가의 빈 상점을 활용해 진행되는 전시회 ‘도시디자인 프로젝트-미술, 대구에 색을 입히다’전을 지나가던 여고생들이 보고 있다.
미술 전시회 열린 대구 반월당역 지하상가
‘도시디자인 프로젝트’ 20여곳에 사진 등 전시 눈길
불황의 상징, 갤러리로 변신…“더 많이 생겼으면”

대구 지하철 1,2호선이 만나는 반월당역 지하공간 메트로프라자 거리를 걷는 시민들은 봉산문화회관 부근 지하상가에서 뜻밖의 경험을 하게 된다. 얼마전까지 황량하던 빈 상점들이 독특한 갤러리도 거듭난 것이다.

걸리버의 얼굴 하나가 가득찬 방, 자루에 담긴 영상 모니터 방, 대구 재래시장의 사진들이 전시된 방, 울긋불긋한 천으로 무언가의 형상을 표현한 방 등 다양한 전시장 앞에서 시민들은 발길을 멈추게 된다. 방안에 가득찬 노란풍선에 소망쪽지를 매다는 젊은 여성들도 있고, 조명이 비추는 의자 1개가 달랑 놓인 ‘사유의 방’ 앞에서 골똘히 생각에 잠긴 중년 부부도 있다.

유심히 전시를 보던 김정희(56·대구 수성구 두산동)씨는 “을씨년스럽게 내버려져 있던 지하상가의 빈공간이 갤러리로 거듭나니 너무 좋다”고 밝혔다. 경북대사대부고 최자윤(18·3년)양도 “발상이 재미있어 상설전시였으면 한다”며 “앞으로 도시 곳곳에 이런 공간이 생겨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곳은 대구현대미술가협회와 스페이스 가창, 대구시가 열고 있는 ‘도시디자인 프로젝트-미술, 대구에 색을 입히다’전시 현장이다. 이 전시는 미술가들의 노력으로 도시를 변화시키려는 시도다. 미술가들이 도시의 재생과 치유문제를 시각적 언어로 표현하자는 것이다.

전시공간으로는 대구의 가장 중심인 반월당 메트로프라자 지하상가가 선택됐다. 두 지하철이 만나는 환승역으로 가장 중심이면서도 경제난으로 아직 상가를 모두 채우지 못해 빈 곳이 즐비해 오늘날 대구의 현실을 상징한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상가분양사무소 등과 협의해 무료로 빈 곳을 임대했다. 특히 대구 문화의 중심가인 봉산문화거리와 가깝고 빈 상가가 밀집돼 있는 봉산문화회관 부근 지하상가가 낙점됐다.‘걸리버가 잡혔다’, ‘사유의 방’, ‘재래시장, 향수를 적시다’, ‘파랑새는 있다’ 등 네부분의 전시에 3명의 코디네이터와 24명의 젊은 작가들이 참여했고 20여 개의 빈 상점이 ‘징발’됐다.

코디네이터 배태주씨는 “1990년대 뉴욕시가 꺠진 유리창을 갈아 끼우는 등 환경을 정비하면서 악명 높던 범죄율이 급격히 떨어졌다는 연구가 있다”며 “이 전시가 대구 공공디자인의 현실과 의미를 돌아보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태현 대구현대미술가협회장은 “그동안 상가로만 채워진 지하공간이 숨막힌다는 느낌을 받았다”며“단순히 기능으로서의 도시디자인보다는 문화가 숨쉬는 거리공간을 만들기 위해 앞으로 이 작업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시는 20일까지 계속된다. 대구현대미술가협회는 이후에도 상가연합회와 협의를 거쳐 메트로프라자의 빈 상가를 계속 문화·전시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다.(053)422-1293

글·사진 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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