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30일 광주시 서구 쌍촌동 ‘홀더지역아동센터’에서 광주 인화학교 출신 청각장애 청소년들이 미술 심리 치료 때 그린 공동화 앞에서 후원자들과 함께 환하게 웃고 있다.
광주 인화학교 성폭력대책위 설립 ‘홀더센터’
청각장애 피해 학생들
미술치료로 안정 되찾아
지역청소년 ‘더불어 함께’
장애 떠나 ‘통합교육’ 기대 지난 30일 오후 2시 광주시 서구 쌍촌동 ‘홀더지역아동센터’에서 잔치가 열렸다. 2005년 교직원들이 학생들을 성폭력 한 사건이 발생한 광주 인화학교에 다녔던 청각장애 중고생 15명이 이날 후원인들을 초청해 자신들의 그림과 그릇 작품들을 선보이는 자리였다. 이들은 지난 2개월 동안 매주 토요일 미술 심리 치료 수업에 참여해 그림을 그렸다. 손가락 모양을 그리고 손마디마다 요리사·사회복지사 등의 희망을 적었고, 마음 가는 대로 점토로 그릇을 빚었다. 김수경(40·서강정보대 미술치료학 강사) 교사는 “아이들이 내면에 쌓인 억압 때문인지 물감을 종이에 떨어뜨려 입으로 부는 놀이를 가장 좋아했다”며 “점차 아이들의 그림이 밝아져 기뻤다”고 말했다. 청각장애인 정지혜(17·광주전산고1)양도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과거의 고통을 잊고 만화 작가의 꿈을 키웠다. 정양은 인화학교 성폭력 사건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마음의 상처 때문에 인화학교를 그만두고 이곳으로 온 정양은 “그림에 뛰어난 소질이 있다”는 김 교사의 칭찬을 받고 부쩍 미술에 재미를 붙였다. 정양은 수화로 “예전에는 우울한 감정으로 지냈는데, 그림을 그리면서 즐거워졌다”며 “만화 작가가 되면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싶다”고 말했다. 홀더지역아동센터는 2007년 4월 청각장애인 청소년 공부방으로 출발해 주변 지역 청소년들의 배움터 노릇까지 하고 있다. 센터 이름인 ‘홀더’엔 ‘홀로 삶을 세우며 더불어 살아가자’는 의미가 담겨 있다. 2006년 9월 인화학교 성폭력 대책위 운영위원들이 조금씩 돈을 모아 인화학교를 그만둔 청각장애 남녀 중고생 12명을 위한 공동생활 가정(그룹 홈)을 마련한 뒤, 공부방까지 겸해 이 센터를 설립했다. 센터장 김용목(46·실로암 사람들 대표) 목사는 “인화학교 기숙사에 살던 학생들은 당시 성폭력 가해자들이 학생들에게 ‘입을 다물라’고 협박하는 것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며 “집이 시골인 장애 학생들이 자신의 삶을 채워가는 터전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센터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홀더지역아동센터는 다양한 문화체험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학생들은 2007년 ‘청각 장애인 영상 미디어교실’ 수업을 들은 뒤 2008년 2월 이용보 전도사와 함께 영화 <꿈의 농학교>를 만들었다. 학생들이 다녔던 인화학교 이야기를 소재로 직접 대본을 쓰고 촬영하고 편집한 이 영화는 한국장애인 인권영화제에서 상영됐다. 청각장애 학생들뿐 아니라 주변 청소년들도 아름다운 재단과 케이티에프의 도움으로 마련한 ‘아이티 공부방’에서 인터넷 강의를 듣고 있다. 윤민자 인화학교 성폭력 대책위 집행위원장은 “이 센터가 장애인과 비장애 학생들이 함께 어울리는 통합 교육의 장으로 활성화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광주/글·사진 정대하 기자
공지영씨, 소설 ‘도가니’ 통해 고발 소설가 공지영(46)씨가 한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문학 속 세상’에 연재하고 있는 신작 <도가니>는 광주 인화학교 성폭력 사건이라는 실화가 바탕이 됐다. 그는 신문에서 청각장애인 성폭력 사건의 공판 스케치 기사를 보고 전율을 느꼈으며, ‘사회적 약자에 대한 폭력을 가능하게 하는 사회적 구조를 고발’하기 위해 집필을 결심했다고 한다. 공씨는 2008년 8~9월 광주를 방문해 인화학교 성폭력 사건 대책위 관계자와 취재기자 등을 만나 사건의 전말을 꼼꼼히 취재했다. 2005년 7월 유아·초·중·고교 과정의 사립 청각장애 특수학교인 광주 인화학교 교직원들이 10여년 동안 학생들을 성폭행하거나 강제 추행해 왔다는 증언이 사회에 알려졌다. 인화학교 대책위는 3년여 동안 농성·단식·삭발 등의 방법으로 가해자 처벌을 요구했지만, 공소시효와 친고죄 규정 때문에 4명만 법정에 섰고 이들마저 2008년 7월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모두 풀려났다. 김용목 인화학교 대책위 위원장은 “우리 사회가 함께 아파하고 풀어가야 할 상처를 치유하는 데 공씨의 소설이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윤민자 인화학교 대책위 집행위원장도 “우리는 현실의 싸움에서 패배했지만, 소설에선 꼭 승리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광주/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미술치료로 안정 되찾아
지역청소년 ‘더불어 함께’
장애 떠나 ‘통합교육’ 기대 지난 30일 오후 2시 광주시 서구 쌍촌동 ‘홀더지역아동센터’에서 잔치가 열렸다. 2005년 교직원들이 학생들을 성폭력 한 사건이 발생한 광주 인화학교에 다녔던 청각장애 중고생 15명이 이날 후원인들을 초청해 자신들의 그림과 그릇 작품들을 선보이는 자리였다. 이들은 지난 2개월 동안 매주 토요일 미술 심리 치료 수업에 참여해 그림을 그렸다. 손가락 모양을 그리고 손마디마다 요리사·사회복지사 등의 희망을 적었고, 마음 가는 대로 점토로 그릇을 빚었다. 김수경(40·서강정보대 미술치료학 강사) 교사는 “아이들이 내면에 쌓인 억압 때문인지 물감을 종이에 떨어뜨려 입으로 부는 놀이를 가장 좋아했다”며 “점차 아이들의 그림이 밝아져 기뻤다”고 말했다. 청각장애인 정지혜(17·광주전산고1)양도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과거의 고통을 잊고 만화 작가의 꿈을 키웠다. 정양은 인화학교 성폭력 사건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마음의 상처 때문에 인화학교를 그만두고 이곳으로 온 정양은 “그림에 뛰어난 소질이 있다”는 김 교사의 칭찬을 받고 부쩍 미술에 재미를 붙였다. 정양은 수화로 “예전에는 우울한 감정으로 지냈는데, 그림을 그리면서 즐거워졌다”며 “만화 작가가 되면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싶다”고 말했다. 홀더지역아동센터는 2007년 4월 청각장애인 청소년 공부방으로 출발해 주변 지역 청소년들의 배움터 노릇까지 하고 있다. 센터 이름인 ‘홀더’엔 ‘홀로 삶을 세우며 더불어 살아가자’는 의미가 담겨 있다. 2006년 9월 인화학교 성폭력 대책위 운영위원들이 조금씩 돈을 모아 인화학교를 그만둔 청각장애 남녀 중고생 12명을 위한 공동생활 가정(그룹 홈)을 마련한 뒤, 공부방까지 겸해 이 센터를 설립했다. 센터장 김용목(46·실로암 사람들 대표) 목사는 “인화학교 기숙사에 살던 학생들은 당시 성폭력 가해자들이 학생들에게 ‘입을 다물라’고 협박하는 것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며 “집이 시골인 장애 학생들이 자신의 삶을 채워가는 터전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센터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홀더지역아동센터는 다양한 문화체험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학생들은 2007년 ‘청각 장애인 영상 미디어교실’ 수업을 들은 뒤 2008년 2월 이용보 전도사와 함께 영화 <꿈의 농학교>를 만들었다. 학생들이 다녔던 인화학교 이야기를 소재로 직접 대본을 쓰고 촬영하고 편집한 이 영화는 한국장애인 인권영화제에서 상영됐다. 청각장애 학생들뿐 아니라 주변 청소년들도 아름다운 재단과 케이티에프의 도움으로 마련한 ‘아이티 공부방’에서 인터넷 강의를 듣고 있다. 윤민자 인화학교 성폭력 대책위 집행위원장은 “이 센터가 장애인과 비장애 학생들이 함께 어울리는 통합 교육의 장으로 활성화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광주/글·사진 정대하 기자
공지영씨, 소설 ‘도가니’ 통해 고발 소설가 공지영(46)씨가 한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문학 속 세상’에 연재하고 있는 신작 <도가니>는 광주 인화학교 성폭력 사건이라는 실화가 바탕이 됐다. 그는 신문에서 청각장애인 성폭력 사건의 공판 스케치 기사를 보고 전율을 느꼈으며, ‘사회적 약자에 대한 폭력을 가능하게 하는 사회적 구조를 고발’하기 위해 집필을 결심했다고 한다. 공씨는 2008년 8~9월 광주를 방문해 인화학교 성폭력 사건 대책위 관계자와 취재기자 등을 만나 사건의 전말을 꼼꼼히 취재했다. 2005년 7월 유아·초·중·고교 과정의 사립 청각장애 특수학교인 광주 인화학교 교직원들이 10여년 동안 학생들을 성폭행하거나 강제 추행해 왔다는 증언이 사회에 알려졌다. 인화학교 대책위는 3년여 동안 농성·단식·삭발 등의 방법으로 가해자 처벌을 요구했지만, 공소시효와 친고죄 규정 때문에 4명만 법정에 섰고 이들마저 2008년 7월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모두 풀려났다. 김용목 인화학교 대책위 위원장은 “우리 사회가 함께 아파하고 풀어가야 할 상처를 치유하는 데 공씨의 소설이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윤민자 인화학교 대책위 집행위원장도 “우리는 현실의 싸움에서 패배했지만, 소설에선 꼭 승리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광주/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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