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신현석 울산 중구 복산2동 주민자치위원장(오른쪽 세 번째) 등 주민자치위원들이 동사무소에서 소외된 이웃에게 전달할 음식을 전달하기 위해 동사무소에 모였다. 울산 중구청 제공
명절음식 나누는 울산 복산2동 주민들
“얼굴도 모르는데 마음을 써주니 너무 고맙습니다.”
홀로 사는 권정례(68·울산 중구 복산동)씨는 21일 동사무소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이전에도 명절을 앞두고 성금과 쌀을 받은 적이 있어 그러려니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보자기로 포장한 종이상자였다. 그 안에는 떡국 떡·곶감·사과·배·한과가 들어있었다.
권씨는 “집에서 상자를 열어 보고는 눈물이 나왔다”며 “명절이 되면 가족과 함께 보내는 친구와도 연락이 끊겨 혼자 집에서 텔레비전을 보거나 답답하면 동네를 돌아다니곤 했는데 이번 설에는 마음만은 외롭지 않을 것 같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날 권씨처럼 자식이 호적에는 있으나 수십 년 째 연락이 끊겨 혼자 사는 노인, 할머니 또는 할아버지와 손자가 함께 사는 가정, 아버지가 어린 자녀를 혼자서 돌보는 가정 등 법적으로는 국민기초생활수급 자격이 되지 않지만 생활이 어려워 도움이 절실한 30가구가 따뜻한 이웃의 정이 담긴 설날선물을 받았다.
상자 안 음식은 울산 중구 복산2동 주민자치위원 17명이 마련했다. 30가구한테 건넨 음식물 구입비 100만원은 주민자치위원회가 17일 중앙시장에서 알뜰장터를 열어 신발과 가전제품 등 중고물품을 팔아 번 수익금 40만원에다 회비 60만원을 보탠 것이다. 상자에 담긴 음식은 여성 자치위원 4명이 21일 오전 3시간 동안 재래시장인 중앙시장을 돌며 직접 골랐다.
장을 본 권점순씨는 “여느 기관이나 봉사단체처럼 돈이나 선물을 그냥 전해드릴 수도 있지만 그래도 가족과 이웃의 정을 나누는 명절의 의미를 되살리기 위해 마음을 담아서 장을 봤다”며 “침체한 지역 재래시장을 돕는다는 뜻도 담겨 있어 힘든 줄 몰랐다”며 웃었다.
자치위원들은 올해로 6년째 설과 추석을 맞아 직접 장을 봐서 그늘진 이웃에게 음식을 전달하고 있다. 처음에는 명절 하루 전날 함께 모여 부침개와 나물을 만들고 떡을 직접 하기도 했으나 음식을 받는 이들이 식성에 따라 선호하는 음식이 달라 차례상에 오르는 대표적인 음식 몇 가지로 좁혀 재래시장에서 구입하는 것으로 바꿨다. 대상자는 지역 주민들의 사정에 밝은 동사무소의 추천을 받아 선정했다.
신현석(52) 복산2동 주민자치위원장은 “더 많은 분에게 명절 음식을 나눠드리고 싶은데 예산이 넉넉하지 못해 그러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며 “아무리 바쁘고 나라경제가 어렵더라도 마음을 담아 벌이는 명절음식 나누기 행사를 계속 이어나가겠다”고 밝혔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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