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병을 극복하고 최근 포스텍에 입학한 백민우 군과 어머니 권용실씨. 포스텍 제공
난치병 아들 포스텍 합격 도운 권용실씨
등·하굣길 운전사 역할에 함께 공부도
어릴때 들인 독서 습관이 진학에 도움 “학문의 세계에서 장애는 단순히 불편함에 지나지 않음을 증명한 영국의 스티븐 호킹 박사와 같은 세계적인 과학자가 되고 싶어요.” 희귀난치병으로 알려진 샤르코-마리-투스병(운동 및 감각신경병)을 앓고 있어 항상 전동휠체어에 몸을 의지해야 하는 백민우(18·사진 오른쪽)군의 말이다. 백군은 불편한 몸으로 사교육 한번 받지 않고도 지난 2일 포스텍(포항공대) 화학과에 입학해 화제가 됐다. 백군이 앓고 있는 병은 운동신경 및 감각신경이 손상되는 진행성 질환으로 발과 손의 근육들이 점점 변형·위축돼 힘이 약해지고 중심을 잡을 수 없게 된다. 하지만 백군은 과외를 받거나 학원에 다니지 않고도 늘 다니던 일반고에서 우수한 성적을 유지했다. 병 때문에 빨리 필기할 수도 없고, 터치펜 없이는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기도 어려운 백 군의 성적에 교사들도 늘 놀라워했다. 백군의 성취는 자신의 피나는 노력의 결과이기도 하지만, 어머니 권용실(50·사진 왼쪽)씨의 뒷받침 없이는 불가능했다. 권씨는 백군이 어릴 때 아들의 병을 처음 알았다. 권씨는 “의사에게서 그 얘기를 처음 들었을 때 믿고 싶지 않았지만 현실을 받아들였고 아들이 홀로 설 수 있도록 강하게 키워야 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초등학교 시절 철없는 급우들에게 아들이 머리카락과 가방이 잘린채 돌아왔을 때는 눈 앞이 캄캄할 정도로 가슴이 무너졌다. 권씨는 아들의 손발을 자처했다. 직접 운전해 등하교를 시켰고 백군과 보다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운영하던 서예학원도 접었다.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생각에 아들이 공부할 땐 자신도 함께 공부를 했다. 또 일주일에 7∼14권씩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다 읽게 했다. 병이 덜 심하던 초등학교 시절, 학원을 하는 어머니를 기다리며 놀이터로 삼은 서점에서 얻은 독서습관이 백군의 공부에 큰 도움이 됐다. 어머니 영향으로 한자공부를 시작한 백군은 중3때 5000자를 외워야 하는 한자 사범 자격증까지 땄다. 학자가 되려면 필수라는 생각에 영어공부를 중시했다. 처음엔 친구들이나 도서관에서 영어학습테이프를 빌려 공부를 시켰다. <디스커버리> 채널 등 영어 다큐멘터리를 즐겨 보게 했다. 하루 단어 100개씩은 외우도록 하고 직접 쪽지시험도 쳤다. 이제 백군은 토익과 텝스가 각각 910, 880점에 이르고 한글 자막이 없는 드라마를 볼 정도로 영어 실력이 뛰어나다. 학원에 가지 않는 대신 학교공부에 집중해 내신 1등급을 유지한 백 군은 지난해 10월 다니던 고교를 2년만에 조기 졸업하고 포스텍 합격증을 손에 쥐었다.
권씨는 “공부는 시간이 아니라 집중이 중요하다는 생각”이라며 “어려운 조건에서도 잘 해낸 아들을 정말 칭찬해 주고 싶다”고 말했다. 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사진 포스텍 제공
어릴때 들인 독서 습관이 진학에 도움 “학문의 세계에서 장애는 단순히 불편함에 지나지 않음을 증명한 영국의 스티븐 호킹 박사와 같은 세계적인 과학자가 되고 싶어요.” 희귀난치병으로 알려진 샤르코-마리-투스병(운동 및 감각신경병)을 앓고 있어 항상 전동휠체어에 몸을 의지해야 하는 백민우(18·사진 오른쪽)군의 말이다. 백군은 불편한 몸으로 사교육 한번 받지 않고도 지난 2일 포스텍(포항공대) 화학과에 입학해 화제가 됐다. 백군이 앓고 있는 병은 운동신경 및 감각신경이 손상되는 진행성 질환으로 발과 손의 근육들이 점점 변형·위축돼 힘이 약해지고 중심을 잡을 수 없게 된다. 하지만 백군은 과외를 받거나 학원에 다니지 않고도 늘 다니던 일반고에서 우수한 성적을 유지했다. 병 때문에 빨리 필기할 수도 없고, 터치펜 없이는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기도 어려운 백 군의 성적에 교사들도 늘 놀라워했다. 백군의 성취는 자신의 피나는 노력의 결과이기도 하지만, 어머니 권용실(50·사진 왼쪽)씨의 뒷받침 없이는 불가능했다. 권씨는 백군이 어릴 때 아들의 병을 처음 알았다. 권씨는 “의사에게서 그 얘기를 처음 들었을 때 믿고 싶지 않았지만 현실을 받아들였고 아들이 홀로 설 수 있도록 강하게 키워야 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초등학교 시절 철없는 급우들에게 아들이 머리카락과 가방이 잘린채 돌아왔을 때는 눈 앞이 캄캄할 정도로 가슴이 무너졌다. 권씨는 아들의 손발을 자처했다. 직접 운전해 등하교를 시켰고 백군과 보다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운영하던 서예학원도 접었다.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생각에 아들이 공부할 땐 자신도 함께 공부를 했다. 또 일주일에 7∼14권씩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다 읽게 했다. 병이 덜 심하던 초등학교 시절, 학원을 하는 어머니를 기다리며 놀이터로 삼은 서점에서 얻은 독서습관이 백군의 공부에 큰 도움이 됐다. 어머니 영향으로 한자공부를 시작한 백군은 중3때 5000자를 외워야 하는 한자 사범 자격증까지 땄다. 학자가 되려면 필수라는 생각에 영어공부를 중시했다. 처음엔 친구들이나 도서관에서 영어학습테이프를 빌려 공부를 시켰다. <디스커버리> 채널 등 영어 다큐멘터리를 즐겨 보게 했다. 하루 단어 100개씩은 외우도록 하고 직접 쪽지시험도 쳤다. 이제 백군은 토익과 텝스가 각각 910, 880점에 이르고 한글 자막이 없는 드라마를 볼 정도로 영어 실력이 뛰어나다. 학원에 가지 않는 대신 학교공부에 집중해 내신 1등급을 유지한 백 군은 지난해 10월 다니던 고교를 2년만에 조기 졸업하고 포스텍 합격증을 손에 쥐었다.
권씨는 “공부는 시간이 아니라 집중이 중요하다는 생각”이라며 “어려운 조건에서도 잘 해낸 아들을 정말 칭찬해 주고 싶다”고 말했다. 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사진 포스텍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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