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에 49억원짜리 ‘예술육교’ 짓는다
서초경찰서 부근에 길이 80m, 높이 22m 규모…10월 완공
부산·수원·창원도 디자인 육교…“과잉 디자인은 경계해야”
부산·수원·창원도 디자인 육교…“과잉 디자인은 경계해야”
시민들의 보행권이 강조되면서 낡은 육교가 사라지고, 새로운 형태의 육교가 등장하고 있다. 단순히 길을 건너기 위한 콘크리트 구조물이 아니라, 다양한 디자인으로 도시 경관을 높이고, 친환경적으로 만들려는 시도도 나오고 있다.
서울 서초구는 지난 2월 반포동 서초경찰서 부근에 ‘그린아트 보도교’를 짓는 공사에 들어갔다. 이 육교는 너비 3.5m, 길이 80m로 지상 22m 공중에 세워진다. 예산은 모두 49억원이며, 오는 10월 완공된다. 이 육교가 완성되면 현재 반포대로로 나뉜, 대법원 뒤쪽 몽마르트르 공원과 강남성모병원 뒤 서리풀 공원이 이어진다. 서초구청은 이 육교로 양쪽 공원이 이어져 모두 3650m의 산책길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육교 전체는 누에 모양으로 하고, 난간 등 세부는 대나무 모양을 살리기로 했다. 서초구 박주운 홍보과장은 “누에는 풍요를, 대나무는 군자의 절개를 상징한다”며 “서초구의 풍요와 법원·검찰청의 이미지를 고민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서초구뿐 아니다. 부산, 경기 수원시, 경남 창원시에서도 육교의 변신이 이어지고 있다. 부산에서는 지난해 12월 전국 최초로 나무육교가 등장했다. 부산 사하구는 지난해 상습 정체구역인 을숙도 공원 들머리에 17억원을 들여 나무로 만든 육교를 설치했다. 당시 사하구는 “을숙도가 철새 도래지인 점을 고려해 자연 재료를 사용했다”고 밝혔다. 지붕이 없는 일반 육교와 달리 아치형 지붕을 얹고, 노약자와 장애인들을 위해 육교 양쪽에 15인승 승강기를 설치하기도 했다.
수원에서는 ‘동그라미육교’가 명물로 자리잡았다. 수원시는 지난해 11월 동탄~수원 사이 권선 교차로에 동그라미 모양의 육교를 설치했다. 2006년 2월 개통된 우만동 월드컵 경기장 앞 ‘효성육교’에 이어 두번째다. 한쪽으로 올라가면 앞쪽과 옆쪽, 대각선 방향의 건너편까지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 또 주탑 4개와 56개의 쇠줄을 이용해 수원의 상징새인 백로가 날아오르는 모습을 표현하기도 했다. 특히 주탑과 난간, 계단 등에 조명을 설치해 화려한 야경을 자랑한다. 이곳 야경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일부러 육교를 찾는 사람들도 있다.
육교 위를 녹지로 꾸미는 시도도 있다. 창원시는 상남동 중앙체육공원에 ‘하늘정원형 육교’를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육교 한 가운데에 나무와 꽃, 잔디 등을 심어 공중정원으로 꾸미고, 육교 앞뒤의 녹지를 연결해 생태통로로도 활용하겠다는 전략이다.
최범 디자인 평론가는 “되도록 육교를 없애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어쩔 수 없이 육교를 설치해야 할 때, 도시 경관을 고려한 육교가 들어서는 것은 바람직하다”며 “다만 주변과 어울리지 않는 과잉 디자인은 오히려 도시 경관을 해칠 수 있다”고 말했다.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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