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인명피해 속출
건조한 날씨 속에 농민들이 논밭에 불을 놓다가 산불로 번지거나 숨지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올들어 경북 지역에서 난 산불의 절반 가량이 논·밭두렁이나 쓰레기 소각에서 비롯된 것으로 조사됐다.
경북 군위군 산성면 화본리 야산에서 8일 오전 10시께 불이 나 김아무개(79·여)씨가 연기에 질식해 숨졌다. 경찰은 이날 김씨가 고추밭에서 비닐과 잡목을 태우다 불길이 산으로 번지자 불을 끄려다 연기에 질식해 숨진 것으로 보고 있다. 같은 날 오전 11시27분께는 청도군 풍각면 박아무개(73)씨가 집 뒤 텃밭에서 가시나무를 태우다 불이 옷에 옮겨 붙으면서 불에 타 숨졌다. 또 지난달 28일 오후 2시20분께 경북 의성군 옥산면 한 야산에서 불이 나 마을 주민 김아무개(69·여) 씨가 불에 타 숨졌다. 김씨는 집 앞 텃밭에서 옥수수 대를 태우다 마침 불어온 강한 바람을 타고 불길이 텃밭 앞 사과밭을 통해 야산으로 번지자 불을 끄려다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9일 경북 문경시 문경읍 각서리 야산에서 불이 나 0.1㏊를 태우는 등 지난 6일부터 경북 칠곡군 등에서 잇따라 불이 나 대구·경북 지역에서만 100㏊가 넘는 산림이 불에 탔다. 경북도는 올들어 지난 8일까지 발생한 산불 87건 가운데 논·밭두렁(14건)이나 쓰레기(25건)를 태우다 산으로 옮겨 붙은 것이 모두 39건으로 45%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경북도청 은종봉 산림녹지과장은 “병충해 방제에 효과가 없다고 홍보해도 농민들이 습관적으로 봄이 되면 논·밭두렁이나 쓰레기를 태우다 산불로 확산되는 사례가 빈번하다”며 “최근 가뭄이 계속 되고 바람까지 심해 논밭은 물론 텃밭에도 절대 불을 놓아서는 안된다”고 당부했다.
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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