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드 맨 워킹’ 원작자 헬렌 수녀, 대구가톨릭대 특강
“사형제가 없는 곳에서는 범죄가 오히려 감소했습니다.”
사형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한 영화 ‘데드 맨 워킹’의 원작자인 헬렌 프리진(사진) 수녀가 19일 대구가톨릭대학교에서 ‘피해자와 가해자 간의 화해와 용서’를 주제로 특강을 갖고 학생들에게 사형제도 폐지 운동에 동참해 달라고 당부했다.
헬렌 수녀는 10대 학생 두 명을 살해하고 사형을 선고받은 패트릭 소니어와 편지를 주고받은 것을 계기로 각종 강연과 집필 활동 등을 통해 20여년 동안 사형 폐지 운동에 앞장서왔다.
헬렌 수녀는 이날 특강에서 실존 인물 패트릭 소니어와 편지를 주고 받으면서 느꼈던 감정의 변화와 사형제 폐지 운동에 나서게 된 이유를 자세히 소개했다.
헬렌 수녀는 “패트릭을 만나기 전까지만해도 순진무구한 10대 2명을 무참히 살해한 사람은 괴물같은 존재일 것으로 생각했지만, 실제로 만나보니 미소를 머금은 인간적인 모습을 하고 있었다”며 “가해자도 분명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부당하게 죽음으로 내몰려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사형제도가 폐지되면 살인 사건이 증가하지 않겠느냐는 한 학생의 질문을 받고 “최근 30년 동안 미국에서 사형이 가장 많이 집행된 텍사스주에서 범죄 발생이 가장 많은 증가율을 보였지만, 사형제가 없는 곳에서는 범죄가 오히려 줄어들었다”며 “사형제도의 존재가 범죄발생을 예방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특강에는 연쇄살인범 유영철에 의해 부인과 어머니 등 한꺼번에 가족 3명을 잃은 뒤에도 법무부 장관에게 유씨에 대한 탄원서를 보내 가해자를 용서한 고정원(63)씨가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1998년부터 2000년까지 3차례에 걸쳐 노벨평화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던 헬렌 수녀는 지난 18일 입국해 이날 특강에 이어 20일에는 김수환 추기경을 예방하고 서울에서 기자회견과 특강을 한다. 그는 21일 출국할 예정이다.
대구/구대선 기자 sunnyk@hani.co.kr
대구/구대선 기자 sunny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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