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올해부터 빈곤층 아이들을 비롯해 소년·소녀 가장 등 부모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맞춤형 학습서비스와 특기적성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위 사진은 금관악기 교육이 진행되고 있는 ‘금관악기 교실’의 모습. 서울시 제공
[서울 희망보고서] 맞춤형 학습서비스 ‘나우 스타트’
저소득층 1000여명에 매달 5만∼20만원 보조
밴드·로봇교실·다큐제작 등 특기 교육도 지원
저소득층 1000여명에 매달 5만∼20만원 보조
밴드·로봇교실·다큐제작 등 특기 교육도 지원
빈곤층 가정의 아이들은 일반가정 아이들에 비해 학습여건이 열악하다. 부모 도움 없이 어렵게 살아가는 소년·소녀 가장들은 말할 것도 없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성적이 떨어지고, 수업에 흥미를 잃는다. 교육이 곧 경쟁력이 되는 세상에서 뒤처질 수 밖에 없다. 방황을 거듭하거나, 결국에는 학업을 포기한다. 빈곤층을 벗어나지 못하는 악순환의 연속이다. 가난의 대물림을 끊기 위해서 교육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부와 마찬가지로 빈곤도 대물림되면서 고착된다. 하지만 부와 달리 세습된 가난의 무게는 무겁고도 가혹하다. 서울시가 진행하는 ‘나우 스타트(Now start) 2009’ 사업은 이런 가난의 무게를 줄이고자 하는 작은 시도다.
서울시는 올해부터 빈곤층 아이들을 비롯해 소년·소녀 가장 등 부모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맞춤형 학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 2월 서울시가 보호를 요하는 아동 4069명을 대상으로 ‘1대1 면담한 결과, 방과후 학습활동이 전혀 없는 미취학 아동 및 학생들의 비율이 48%(1972명)으로 나타났다. 또 학습활동은 초등학년에서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등학생 가운데 방과후 학습활동을 하는 비율은 59%인 반면 고등학생은 37%에 불과했다. 방과후 학습활동이 전혀 없는 취학아동 1692명에게 희망하는 학습활동을 물었더니, 절반이 넘는 61%(1032명)의 학생들이 학원 수강을 희망했다. 컴퓨터 자격증을 따거나 토익 성적을 받고 싶다는 학생도 19%(321명)를 차지했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학생들이 각자 희망하는 학습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매달 학습비를 보조해주기로 했다. 학습비는 미취학 어린이 5만원, 초등학생 10만원, 중학생 15만원, 고등학생 20만원 정도다. 대상자들은 학원 수강이나 특기적성 교육, 학습지 구독 등 자신들이 원하는 학습 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 서울시는 지난달 방과후 학습활동이 전혀 없는 1972명 가운데 865명에 대한 1차 지원을 마무리했다. 1억6641만원이 학습비로 후원됐다. 또 239명에 대해서는 지역 학원이나 복지관에서 무료로 공부할 수 있도록 했다.
서울시는 또 경제적 어려움으로 특기교육을 받지 못하는 학생들을 위해 시립청소년 직업체험센터(하자센터)와 아동복지시설 등에서 특별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는 문화예술 분야의 전문가와 학습 분야 전문가가 참석해 112명의 학생들을 지도한다. 프로그램은 △특기적성 개발 △학습지원 △정서함양 등 3가지로 이뤄져 있다.
청소년 밴드를 키워내는 ‘밴드 아카데미’와 아이들이 직접 음악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꿈꾸는 카메라’, 금관악기 교육이 펼쳐지는 ‘금관악기 교실’, 로봇을 제작하며 과학원리를 배우는 ‘로봇 공연단’이 특기적성 개발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학습지원 프로그램에서는 대학생들이 저소득층 학생들의 과외 선생님으로 나서 기초학력이 부족한 아이들에게 공부방법을 전수해 주고, 정서함량 프로그램에서는 책과 놀이, 연극 등을 통해 아이들 사이의 소통의 장을 마련한다.
이와 함께 소년소녀 가장이나 한부모 가정 자녀 등 6만2400여명의 무료 급식 아동을 위한 지원책도 바꿔나가기로 했다. 서울시는 이들에게 제공하던 종이식권을 오는 7월부터 전자카드로 전면 교체할 예정이다. 이미 성동, 광진, 은평구 등 3개 자치구에서는 전자카드 사용을 시범적으로 하고 있다. 종이식권은 해당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사용하면서 수치감을 느낀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앞으로 해당 어린이와 청소년들은 주민센터에서 발급받은 전자카드를 식사를 마친 뒤 음식점 카드 단말기에 체크만 하면 된다. 대금은 매달 자동으로 충전된다. 식권을 발급받기 위해 주민센터를 찾아야 하는 불편함도 없어지게 됐다. 또 식권은 거주하는 구 안에서만 사용할 수 있었지만, 전자카드는 서울지역 가맹 음식점 어디에서나 사용할 수 있다. 서울시는 결식아동들이 공휴일이나 명절 기간에도 식사를 할 수 있도록 24시간 편의점에서도 전자카드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나우 스타트 2009’ 주요 사업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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