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간부회의서 “서명” 부탁
노조 항의 일자 서명부 폐기
노조 항의 일자 서명부 폐기
상주시 공무원들이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간부를 위한 구명운동을 벌이다 역풍을 맞았다.
상주시에서는 18일 열린 확대간부회의 바로 뒤부터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지난달 구속된 박아무개 전 국장을 선처해달라는 내용의 탄원서 서명 작업이 시작됐다. 탄원서 서명부는 이날 확대간부회의 시작 전 사회를 맡은 김 아무개 계장이 배포한 뒤 서명 협조를 부탁한 것으로 확인됐다. 확대간부회의에는 시장과 부시장, 국·과·실장과 읍·면·동장이 참석했다.
서명 작업을 주도한 김 계장은 “개인적으로 박 전 국장을 안타깝게 생각해 시작한 일이며, 시장과 부시장은 관련 발언 뒤 회의장에 들어왔다 ”며 “전적으로 각자의 판단에 맡겼으며, 상부의 지시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 회의 뒤 본격적인 서명 작업이 시작돼 20일까지 250여 명의 공무원들이 참여했다. 탄원서는 박 전 국장의 공적을 열거 한 뒤 “그의 공직생활에 잘못이 있다면 옆눈 팔지 않고 앞만 보고 너무 강직하게 살아온 것이 아닐까 싶다”며 “보신주의와 복지부동이 만연한 공직사회에서 지역을 위해 헌신한 점을 높이 평가해 선처해달라”는 내용의 호소를 담고 있다.
박 전 국장은 지난 2006년부터 집무실 등에서 업무 관련 시공사인 한 건설사의 최아무개 소장한테 “공사감독 편의를 봐달라”는 부탁과 함께 두 차례에 걸쳐 1600만원을 받은 혐의로 지난 달 검찰에 구속됐다. 그는 “지난 해에 받은 600만원은 도청 유치 경비 등에 썼으며, 2006년에 별도로 1천만원을 받은 사실은 없다”고 혐의 사실을 부인하며 재판을 받고 있다.
탄원서와 관련해 상주시공무원노조 홈페이지에는 “뇌물 받은 자에게 탄원서라니 누가 이렇게 시킨 건지”, “비리 공무원 구명운동 상주시 직원 앞장서다”등 비난하는 글이 올라와 있다. 이원경 노조 지부장은 “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공무원 전체가 오해받을 수 있는 부적절한 행위여서 부시장에게 서명 철회 요구를 했지만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며 “단순히 계장 한명의 개인적 행동으로 보기엔 이례적인 일이고, 주요 간부들에게 서명 협조를 부탁한 것은 시가 조직적으로 나선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안성규 상주 부시장은 “김 계장이 독자적으로 판단해 진행한 일이며, 시가 조직적으로 개입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정백 상주시장도 “내가 참석한 자리에서 탄원서 관련 발언은 없었다”며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서명운동을 벌이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논란이 일고 <한겨레>가 취재에 나서자 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형식으로 20일 탄원서 서명부는 모두 폐기됐다. 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하지만 논란이 일고 <한겨레>가 취재에 나서자 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형식으로 20일 탄원서 서명부는 모두 폐기됐다. 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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