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화해위, 30년 상처 보듬어
강제 납북돼 귀환한 뒤 간첩으로 조작돼 처벌받은 어부들과 수사기관의 가혹행위로 어부들에게 불리한 증언을 해 소원했던 마을 주민들이 서로 화해의 자리를 마련한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9일 오후 2시 전북 군산시 옥도면 개야도초등학교 운동장에서 개야도 주민 화해 한마당을 펼친다. 이 행사는 납북 귀환 어부 사건의 진실이 밝혀진 뒤 주민들 사이의 묵은 갈등을 씻고 화합을 도모하자는 뜻으로 마련된다.
이 자리에는 간첩사건에 연루돼 처벌받은 서창덕(62)·정삼근(66)씨 등 납북 어부와 수사기관의 폭행·고문을 당해 어부의 행위를 허위로 증언한 마을 주민들이 나와 여태껏 이어진 오해를 풀고 손을 맞잡는다.
1960~70년대 군산 앞 바다의 섬 개야도, 선유도, 연도 등에는 서해 북방군사한계선(NLL) 근처에서 조기를 잡다 북한 경비정에 강제로 피랍됐다가 돌아온 어부들이 간첩으로 몰려 처벌되는 경우가 빈번했다.
어부 서씨와 정씨는 각각 1967년과 69년에 납북돼 3~4개월 만에 돌아왔다가 80년대 중반 국가보안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돼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풀려났다. 서씨는 지난해 10월, 정씨는 올해 1월 재심에서 각각 무죄가 확정됐다.
서씨는 “군산 시내에서 살고 있는데, (옥살이 후유증 등으로) 온몸이 아파 아무 일도 하지 못한다”며 “하지만 이제는 마을 주민들을 이해하고 잘 지내고 싶다”고 말했다.
이 행사는 애초 지난달 28일 열릴 예정이었으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로 연기됐다. 진실화해위원회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 제정 취지에 따라 가해자의 참회와 피해자·유족의 용서가 이뤄지도록 서로 간의 화해를 권유하고 있다.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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