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 위 사진부터 영광굴비, 금산인삼, 영덕대게. 각 지방정부
상당수가 이름만 빌려 쓴 타지역 제품
지자체, 인증제 등 브랜드 보호 나서
지자체, 인증제 등 브랜드 보호 나서
영광굴비, 금산인삼, 순창고추장, 영덕대게…. 지역마다 그곳을 대표하는 특산물이 있고, 그 특산물은 지역 이름과 함께 브랜드가 된다. 그런데 이 지역 특산물들 중 상당수는 실제 출신지가 다른 경우가 있다. 과연 이 지역 특산물들의 고향은 어디일까?
■ 영광굴비·금산인삼 영광 굴비의 생산지는 전남 영광군 법성포다. 칠산 앞바다에서 잡히는 참조기를 습도와 염도가 적절히 섞인 바닷바람에 말려 천일염으로 염장한 것이 옛날식 영광굴비다. 영광굴비 지난해 생산량은 1만9000여톤으로 국내 전체 굴비 소비량의 80%에 이른다. 하지만 영광수협에서 위판되는 2845톤의 조기를 제외하고, 나머지는 목포·여수·신안·제주 수협에서 위판된 조기를 들여와 가공하는 것이다. 제주산 조기도 영광에서 가공하면 영광굴비다. 심지어 중국산 냉동조기가 영광굴비로 둔갑돼 판매되면서 영광굴비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일도 있었다.
이런 사정은 금산인삼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전국 인삼 생산량의 80% 정도인 1만9690톤이 충남 금산의 인삼시장에서 판매됐다. 그러나 금산인삼 생산량은 4828톤으로 전체 유통 규모의 20%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외지에서 금산으로 들어왔다가 다시 외지로 나가면서 금산인삼 브랜드를 사용한 경우다. 금산인삼이 워낙 유명해 소비자도 선호하고 값도 잘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 순창고추장, 영덕·울진 대게 순창군은 1994년부터 1997년까지 순창읍 백산리 일대에 전통고추장 민속마을을 조성했다. 순창고추장 가운데 지리적 표시제로 등록된 전통방식의 ‘순창전통고추장’(10%)은 국내산 쌀과 콩, 순창지역 고추를 쓰지만, 기계방식 고추장(90%)은 수입용 밀가루와 임실·안동 등 전국에서 온 고추를 쓴다.
영덕·울진군은 지금도 대게 원조논란이 치열하다. 대게 생산량은 울진지역이 영덕보다 많지만 대궐 진상품 등으로 영덕대게가 더 유명하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울진에서 잡은 대게는 대부분 영덕을 거쳐 영덕대게란 이름으로 팔려나갔다. 실제 판매가도 영덕대게가 울진이나 포항의 대게보다 좀더 비싸다. 울진군이나 포항시는 “품질은 별 차이가 없고 생산량은 울진이나 구룡포가 더 많아 이 곳 대게를 가져다 영덕에서 파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하지만 영덕군은 “모래에서 자라는 영덕대게가 진흙에서 자라는 울진대게보다 품질이 낫다”고 맞섰다.
■ 지역 전통브랜드 살리기 원산지 논쟁이 일어나자, 지방정부들은 브랜드 가치를 지키기 위해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영광군은 조기의 산지와 가공·판매 단계까지의 모든 정보를 기록한 굴비 이력추적제를 추진하고 있다. 전북 순창군도 전통방식 고추장의 재료인 찹쌀·멥쌀·고추·콩 등에 대해 순창군수 인증제를 시행하고 있다.
농수산식품부도 1999년부터 심사를 거쳐 등록된 지역특산물의 원산지를 표기하는 지리적 표시제를 시행하고 있다. 지리적 표시제는 농수산물이나 가공품의 상품가치가 지리적 특성과 직결되면 특정지역에서 생산·가공됐음을 표시하고 이를 보호하는 제도이다. 보성녹차나 고창복분자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지리적 표시제를 시행한 지 10년이 됐지만 소비자들은 단순히 상표등록된 상품과 지리적 표시제로 등록된 상품을 잘 구분하지 못한다.
경북대 김태균 교수(농경제학과)는 “지리적 표시제를 보완·정착시키고, 이를 널리 알려 소비자들이 정확한 정보를 갖고 제품을 선택하도록 하는 것이 지역브랜드를 지키기 위한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대구 광주 전주 대전/ 박영률 정대하 박임근 송인걸 기자ylpak@hani.co.kr
대구 광주 전주 대전/ 박영률 정대하 박임근 송인걸 기자ylp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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