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부 권장사항…시교육위, 예산 전액 삭감
유치원 어린이들이 장난감이 아닌 실물과 비슷한 규모로 요리나 소방 체험 등을 해 볼 수 있는 대구 유아교육진흥원 설립이 무산됐다.
대구시 교육위원회는 1일 제2차 추경예산을 심의한 끝에, 시 교육청이 요청한 유아교육진흥원 설립비 82억 원을 전액 삭감했다. 시 교육청은 대구 달서구 본리동 터 7200㎡에 오는 10월 유아교육진흥원을 짓기로 하고 예산 82억원을 짠 뒤 승인을 요청했다.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의 이 진흥원에는 유아체험실, 교사연수실, 학부모 연수실, 자료전시실 등의 시설이 들어서고, 대구시내 유치원에 다니는 어린이 300여명을 한꺼번에 수용할 게획이었다.
시교육청 초등교육과 김수연 장학사는 “어린이들이 장난감이 아닌 실물에 가까운 물건을 놓고 체험하는 학습이 매우 중요하지만 규모가 작은 사립유치원과 어린이집 등에서는 체험학습이 불가능하다”며 “유아교육진흥원을 애초 내년 9월쯤 완공할 예정이었지만 예산이 삭감돼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고 말했다.
유아교육진흥원은 유아교육법에 따라서 광역자치단체마다 1곳 이상씩 설립하도록 돼 있으며, 현재 서울과 부산, 경기, 경남 등 전국 5곳에서 운영되고 있다.
신동주 시 교육청 초등교육과장은 “내년 예산에 진흥원 설립비를 반영해 다시 한번 교육위원회에 승인을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구시 교육위원회는 “유아교육진흥원은 법규에 반드시 짓도록 돼 있지는 않고, 교육과학기술부가 권장하는 사항”이라며 “예산 82억원을 들여 착공할 만큼 재정이 넉넉하지 않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 예산으로 공립유치원을 짓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느냐는 견해도 쏟아졌다. 교육위원회 쪽은 “한곳에 대규모 유아교육진흥원을 지어 놓으면 대구 모든 지역에서 어린이들이 오가는데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라며 “차라리 규모를 줄이더라도 구 단위로 짓는 방안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구대선 기자 sunny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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