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왕 동상’ 의견수렴 시늉만
서울시, 작품 반영 시간 안준채 건립 밀어붙이기
‘이순신 동상만 세워야’ 여론조사 결과 1위도 무시
‘이순신 동상만 세워야’ 여론조사 결과 1위도 무시
서울시가 광화문광장에 세종대왕 동상(조감도)을 세우기로 결정하는 과정에서 시민들의 의견을 형식적으로만 들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는 지난 2월10일부터 3월31일까지 서울시 홈페이지 정책토론방에서 세종대왕 동상 설치에 대한 시민들의 의견을 들었다. ‘광화문광장에 세종대왕 동상의 설치방안에 대하여 토론해 보고자 합니다’라는 제목으로 된 이 코너는 세종대왕 동상의 모습과 높이, 위치 등에 대해 시민들에게 묻고 있었다.
그러나 서울시는 시민들의 의견을 듣겠다고 밝힌 지 열흘 만인 2월20일 지명초청작가 5명을 선정하고 4월10일까지 세종대왕 동상의 축소모형을 제출하도록 했다. 따라서 초청된 작가들이 세종대왕 동상 모형을 만들어 제출하는 데 시민들의 의견은 거의 반영되지 못했다.
또 서울시는 광화문광장에 세종대왕의 동상을 세우기 위해 여론조사 결과를 자의적으로 해석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지난해 광화문광장 동상 건립에 대한 1차 시민 여론조사에서는 ‘이순신 장군 동상만 배치’ 의견이 1위(36.6%)를 차지해 ‘이순신장군과 세종대왕의 동상 함께 배치’ 의견(34.3%)보다 약간 앞섰다. 따라서 이 여론조사 결과로는 세종대왕 동상을 추가로 세우기가 어려웠다.
그러자 서울시는 ‘이순신·세종대왕·정도전 동상 함께 배치’, ‘이순신·세종대왕·집현전 군상 함께 배치’ 등 의견도 이순신장군과 세종대왕 동상을 함께 배치하자는 의견이라며 2차 여론조사를 추가로 실시했다. 이 조사에서는 이순신 장군과 세종대왕 동상을 함께 배치하자는 의견이 62.8%로 다른 의견보다 훨씬 높게 나왔고, 서울시는 이 결과를 채택됐다.
이에 대해 이용심 서울시 균형발전본부 1축정비팀장은 “홈페이지의 서울시 정책토론방은 의견수렴 기능만이 아니라, 서울시 사업을 알리는 차원에서 운영되는 것”이라며 “세종대왕 동상 건립은 2006년 12월 광화문광장 기본계획을 발표할 때 덕수궁에 있는 세종대왕 동상을 옮기는 것으로 이미 결정돼 있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최범 디자인 평론가는 “서울시가 시민 의견을 충분히 듣지 않고 자신들의 의도를 밀어붙인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민수 서울대 디자인학부 교수는 “역사인물 조각상은 그 성격이나 크기, 장소 등이 시대정신과 맞는지 면밀히 검토해야 하는데, 이런 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광화문광장은 오는 8월 열리며, 세종문화회관 앞의 세종대왕 동상은 10월9일 한글날에 제막된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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