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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대학까지 대형마트…동네상인들 ‘비명’

등록 2009-07-07 22:13수정 2009-07-08 10:29

7일 오후 염리시장 들머리에 걸린 입점반대 펼침막 앞으로 오토바이 한대가 지나가고 있다. 김태형 기자
7일 오후 염리시장 들머리에 걸린 입점반대 펼침막 앞으로 오토바이 한대가 지나가고 있다. 김태형 기자
“강의실 등 신축비용 해결” 서강대 홈플러스 강행 태세
학생·상인 반대에 허가 연기…“30년장사 접어야 하나”
7일 오후 서울 마포구 염리시장, 지어진 지 40년이 넘었다는 한 건물 1층의 양품점은 한눈에도 오래돼 보였다. 4평 남짓한 가게 한쪽의 긴의자에서는 세 명의 아주머니들이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가게 주인 이화순(65)씨는 “이곳에서 36년 동안 장사하면서 딸 넷을 시집보냈는데, 바로 앞에 홈플러스가 들어선다고 하니 이제 이 일도 그만둘 때가 됐나 보다”라며 한숨을 쉬었다.

이씨의 말대로 이 동네 부근에 대형마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서강대학교가 학교 안에 새로 들어서는 ‘개교 50주년 기념관 및 국제인문관’의 3개층에 홈플러스 입점을 추진중이다. 대학교 안에 대형마트가 들어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강대는 부지를 제공하고 홈플러스(삼성테스코)는 지상 11층·지하 4층 건물을 짓는다. 이 가운데 학교가 26500㎡를 사용하고, 홈플러스가 20000㎡를 30년 동안 무상으로 사용한다. 특히 홈플러스는 황금 층이라고 할 지하 1층~지상 2층을 사용한다. 김동진 서강대 홍보팀장은 “서강대는 강의실과 연구 공간이 부족해 새 건물을 짓는 비용을 외부 자본으로부터 조달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대형마트 입점에 대해 학생들과 주변 상인들은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홈플러스 입점 저지를 위한 서강대 (학생회) 공동대책위원회는 주변 상인, 민주노동당 마포구위원회와 함께 지난 6월16일 마포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홈플러스 입점을 허가하지 말라는 내용의 탄원서를 전달했다. 서강대 공대위 정정로(20·서강대 경제학과 3학년) 실천단장은 “학교에 홈플러스 간판이 걸려 있다면 정말 보기 싫을 것”이라며 “학교는 학생들의 여론도 듣지 않고 홈플러스 입점을 강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주변 상인들의 생계를 위협받고 있다. 서강대 후문 쪽 염리동과 노고산동 일대는 영세 상인들이 밀집한 지역이다. 특히 마포구 문화센터 뒤쪽 길에는 과일, 건어물, 두부, 떡 등을 파는 조그만 가게들이 약 300m에 모여 있다. 이곳에서 28년째 과일가게를 운영해온 최자순(60)씨는 “지금도 장사가 안 돼 먹고 살기 힘든데 홈플러스가 웬 말이냐”며 “몇십년 동안 오순도순 살아온 이 동네를 왜 망치려 드는지 모르겠다”고 화를 냈다.

그동안 염리동에서 비교적 ‘대형’ 가게였던 엘마트 방강우(35) 점장은 “이곳 상인들은 대부분 동네 주민들이고, 우리 마트에는 나를 포함해 동네 주민이 10명”이라며 “홈플러스는 지역 경제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홈플러스가 들어서려면 이 지역 관할 마포구청이 이 건물의 설계변경 건축 허가를 내줘야 한다. 마포구청은 학생과 주변 상인들의 반대로 인해 6월말 내주려던 허가를 미뤘다. 이길성 마포구 건축과 팀장은 “학교 쪽과 학생들이 마찰을 빚고 있어 이를 조정하라고 주문했다”면서도 “주변 상인들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기는 사실상 어렵다”고 말했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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