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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사람과풍경] 19년 공동체운동 외길…힘들어도 포기 못해

등록 2009-07-09 21:07

감나무골 ‘작은학교’를 꾸려가는 남성희 대표(오른쪽)와 이웃한 생명가게를 꾸려가고 있는 감나무골 생명공동체 윤주수 대표.
감나무골 ‘작은학교’를 꾸려가는 남성희 대표(오른쪽)와 이웃한 생명가게를 꾸려가고 있는 감나무골 생명공동체 윤주수 대표.
대구 감나무골 새터공동체




‘작은학교’·‘생명 가게’ 운영
재개발 위협·80만원 박봉에도
“필요로 하는 곳서 계속 활동”

청송고추방앗간, 유신식육점, 금성월부전문점, 분홍신제화, 가든이용소, 연세속셈학원, 옷수선, 신신세탁, ….

시계바늘을 30년 뒤로 돌린 듯한 이 간판들은 어느 시골 소도시의 풍경이 아니다. 대구의 중심부인 칠성시장과 경북대 사이에 자리잡은 대현2동 감나무골 새터공동체가 운영하는 ‘작은학교’ 주변의 상점 간판들이다.

감나무골은 한국전쟁 때 피난민들이 모여들면서 만들어진 대구의 대표적인 달동네다. 이곳에서 20년 넘게 감나무골 새터공동체가 가난한 이들을 돕는 일을 하고 있다. 더불어 함께 살겠다고 다짐한 가톨릭 청년들이 주축이 돼 1991년 처음 문을 연 새터 탁아방이 출발이었다. 어린이 때문에 일을 못하는 부모들을 돕고 방치되는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서였다.

아이들이 자라고, 또 어린이집이 보편화 되면서 탁아방은 방과후 어린이나 청소년들을 위한 공부방이 됐고 선생님들의 얼굴도 하나 둘 바뀌었다. 작은학교 주변에는 새터공동체가 운영하는 생명가게도 있다. 집에서 쓰던 물건들을 들고 나와 서로 바꿔 쓰기도 하고, 주민들이 서로 만나는 생활공동체다. 지역 독거노인 등에게 밑반찬을 만들어 주는 봉사도 한다.

감나무골 작은학교 대표 남성희(33)씨는 경북대 1학년이던 1995년 자원봉사자로 이곳과 처음 인연을 맺었다. 당시엔 그저 아이들이 예뻤고 이런 일을 하는 선배활동가들이 대단해 보였다. 대학 졸업 뒤 취직하면서 잠시 이곳을 떠나기도 했지만 이내 돌아와 7년째 상근활동가로 일하고 있다. 남씨는 “그저 갑자기 직장일이 재미도 의미도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라며 웃었다.

이곳 아이들은 초등학생 14명, 중학생 12명으로 저소득층이나 맞벌이 서민가정 자녀들이 많다. 대부분 5년 넘게 이곳을 다니며 방과후 시간을 보낸다. 물론 학과공부도 하지만 풍물, 독서수업, 바깥놀이, 간식만들기, 생태체험 등 다양한 특활활동을 통해 삶과 공동체를 배운다. 지난 주말에는 간디문화센터에서 진행한 군위 소보 5일장 체험을 다녀왔다. 3층 건물 중 2∼3층을 빌려 2층은 수업·독서공간, 가정집 형식의 3층은 수업 및 간식·놀이·생활공간으로 쓰고 있다.

운영비는 90여 명의 후원금과 약간의 정부보조금으로 충당하고 있지만 항상 부족하다. 3명의 지도교사 가운데 가장 많은 급여를 받는 이가 80만원이다. 최근 주거환경개선지구로 재개발이 진행되면서 이곳이 언젠가는 없어질 것이라는 고민도 있다. 작은학교 앞에는 대단지 고층 아파트가 잇따라 들어서고 있다.

대표 남씨는 “더 이상 이곳에 이런 공간이 있을 필요가 없어지면 우리를 필요로 하는 곳으로 옮겨 가면 될 것”이라며 “좀 더 나이가 든 뒤에는 시골에서 상처받은 아이들의 쉼터를 열고 싶은 것이 바람”이라고 말했다. (053)953-5550.

글·사진 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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