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한 여고 담임, 작년 성희롱 논란일자 전근
옮긴 학교·교육청 추천…“상 나눠먹기 관행 탓”
옮긴 학교·교육청 추천…“상 나눠먹기 관행 탓”
여고생들이 담임한테 성희롱을 당했다고 주장해 학기 중간 담임을 그만둔 뒤 다음 학기에 다른 학교로 전근을 간 교사가 스승의 날에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표창을 받은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27일 울산시교육청과 해당 여고 등의 말을 종합하면, 지난해 11월 이 학교 1학년 학생들이 학교 쪽에 “남자 담임이 성희롱을 했다”며 서면 제보를 해 보건교사와 교감이 학생들을 면담했다. 학생들은 면담에서 “엎드려 자는데 어깨를 만졌다”, “발로 엉덩이를 찼다”, “손목을 오랫동안 잡았다”고 주장했다.
또 “미혼인 담임이 결혼 적령기를 설명하면서 식품의 유통기간과 유효기간에 빗대 ‘나는 유통기간은 지났고, 유효기간은 아직 남아 있다’고 하자 한 여학생이 ‘선생님은 힘 좋으니 괜찮아요’라고 하는 등 성적 농담을 자주 해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고 호소했다.
이 담임교사는 학교 쪽의 조사 과정에서 교장에게 “자율학습시간에 자는 학생을 깨우기 위해 어깨를 잡았으며, 손가락의 반지를 빼앗으려고 승강이를 벌이다 손목을 오래 잡았을 뿐 신체 접촉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또 “결혼 적령기를 예를 들어 설명하다 보니 선생님과 학생 사이에 걸맞지 않은 대화가 됐을 뿐 일부러 성희롱 발언을 한 것은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학부모 10여명이 학교로 찾아오는 등 사태가 확산할 조짐을 보이자 교장은 같은 달 담임을 박탈하고 수업을 다른 학년으로 교체했다. 또 성희롱 예방교육을 받도록 하고, 스스로 전근을 신청하는 방식으로 다음 학기에 이 학교를 떠나도록 했다. 하지만 옮겨간 고교의 인사자문위원회가 시교육청에 올해 5월15일 스승의 날을 맞아 표창 후보자로 문제가 됐던 교사를 추천하고, 시교육청은 다시 교과부에 추천해 해당 교사가 장관 표창을 받는 일이 일어났다.
시교육청 중등교육과는 “표창 대상자가 추천되면 경찰에 범죄 사실을 조회하고 공적조서를 보는데 해당 교사는 아무런 결격사유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고, 하필 3월에 표창 담당자들이 모두 바뀐 상태여서 이런 황당한 일이 일어났다”고 해명했다. 또 “검증을 제대로 하지 못한 책임을 물어 해당 고교는 경고 조처했으며, 해당 교사도 표창을 지난달 말 스스로 반납했다”고 덧붙였다.
한 현직 교장은 “표창을 학교별로 나눠 가지는 오랜 관행이 남아 있다 보니 제대로 검증을 하지 않아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어난 것 같다”며 “학교뿐만 아니라 시교육청과 교육부도 책임이 있으며, 허술한 표창 검증체계를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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