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광화문 술집 외상장부에 진념·최불암…
서울역사박물관, 30일부터 ‘뒷골목 풍경’ 전시회
사진·영상·무대시설 등으로 600여년 변천사 재현
사진·영상·무대시설 등으로 600여년 변천사 재현
광화문 일대의 뒷골목 풍경이 재현된다. 특히 1910년부터 1978년까지 운영된 유명 주점인 ‘사직골 대머리집’의 외상장부가 30년만에 다시 세상에 선을 보인다.
서울역사박물관은 30일 ‘광화문 연가(年歌); 시계를 되돌리다’ 전을 열어 30년전 광화문 뒷골목 풍경을 재현할 예정이라고 28일 밝혔다. ‘광화문 연가’ 전시회는 8월1일 광화문광장 준공에 맞춰 기획된 것으로 조선시대 육조거리에서 600여년 동안 펼쳐진 역사와 문화, 사람들의 변천사를 사진, 그림, 지도, 영상물, 무대시설 등을 통해 보여준다.
특히 1910년께부터 운영되다가 지난 1978년 문을 닫은 ‘사직골 대머리집’의 모습을 재현해 무대에 전시하고, 당시의 외상장부를 토대로 영상물을 제작해 관객들이 그 시대의 분위기를 직접 느낄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사직골 대머리집은 현재 사직공원 맞은편인 ‘풍림스페이스본’ 아파트 자리에 있던 술집으로 주 메뉴는 막걸리와 빈대떡 등이었다. 맛도 유명했으나 주변 신문사·방송국의 언론인, 문인, 예술인, 정치인들이 많이 찾아가는 곳으로 더 유명했다고 전한다.
‘사직골 대머리집’의 외상장부는 당시 이 집 단골이었던 극작가 조성현씨가 대머리집 주인 이종근씨로부터 전해받아 지금까지 보관해 오고 있다. 서울역사박물관은 1950년대 말부터 1962년까지 작성된 3권의 외상장부를 전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외상장부를 살펴보면 50~60년대의 술집 풍속도를 알 수 있다. 외상술을 먹은 사람의 이름으로 ‘필운동 건달’, ‘대합조개 좋아하는 인(人)’과 같이 별명이나 습관을 적기도 했으며, 외상값을 할부로 갚을 수도 있었다. 또 미수금이 있거나 뚜렷한 직장이 없어도 외상을 주는 사례도 있었다.
외상 장부에는 사회 저명 인사들이 이름을 올렸다. 방송인으로는 최불암, 이순재씨, 정치인으로는 진념 전 부총리, 문인으로는 박재삼 시인이 눈길을 끈다. 외상장부에는 기관과 사람의 이름을 함께 적도록 했는데, 모두 71개 기관이 적혀 있었다. 서울시청을 비롯한 공공기관 25개, <문화방송>, <조선일보>, <동아일보> 등 언론기관 22개,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학교 16개, 조흥은행 등 금융기관과 기타 4개 등이다. 외상장부 내역을 보면 직장을 옮긴 경로도 파악할 수 있다. 이를테면 언론인 공석하씨는 국도신문에서 민족일보로, 또 경향신문으로 일자리를 옮겨가며 외상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광화문 연가’ 전시회는 9월20일까지 열린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