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타운과 재개발로 인해 과거의 도시 공간이 사라지고 있으나, 서울시와 구들은 사진 전시회와 표지석 등으로 과거 흔적을 보존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은 뉴타운 개발로 사라지는 아현동 거리와 북아현동의 골목길. 김진수 김경욱 기자
뉴타운지구 ‘과거흔적조성사업’ 계획 보니
9곳 중 2곳만 실물 남겨…‘사업의미 퇴색’ 비판 일어
9곳 중 2곳만 실물 남겨…‘사업의미 퇴색’ 비판 일어
서울시가 뉴타운 재정비 촉진 지구의 옛 모습을 남긴다는 ‘과거 흔적 조성사업’이 실제 옛 모습을 보존하거나 복원하는 것이 아닌 옛 사진 전시회에 그쳐 ‘생색내기’에 그친다는 비판을 듣고 있다. ‘과거 흔적 조성사업’은 주민의 삶의 모습·추억·애환이 담긴 거리나 동네의 흔적을 기록하거나 보존하는 사업을 말한다.
서울시는 2008년부터 뉴타운 재정비 촉진 지구 26곳과 균형발전 촉진 지구 9곳 등 35개 구역을 대상으로 ‘과거 흔적 조성사업’을 벌이고 있다. 현재까지 9개의 자치구가 사업 계획을 제출했다. 서울시는 지난 3월18일 자치구가 뉴타운 지구에 ‘과거 흔적 조성사업’을 추진하면 그 비용을 보조해준다는 내용으로 ‘서울시 도시재정비 촉진을 위한 조례’를 개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과거 흔적 조성사업’ 계획을 제출한 9개의 자치구 가운데 실제로 옛 거리나 동네 일부를 보존하는 계획을 세운 곳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흔적 조성사업’ 계획이 세워진 사업 대상지는 수색·증산, 가리봉, 왕십리, 신림, 중화, 한남, 신정, 방화, 시흥 등 모두 9곳이다. 이 가운데 한남지구에 뉴타운을 추진중인 용산구만 조선 세조 때 지어진 정자인 ‘제천정’과 우물에서 물이 흘러나와 길을 만들었다는 ‘찬우물길’을 복원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용산구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서는 사진이나 동영상 전시, 기념비 설치 등이 ‘과거 흔적 조성’ 계획의 전부다. 한 자치구 관계자는 “서울시가 과거 흔적 조성 계획을 제출하라고 해서 할 뿐”이라며 “재개발 구역에서 특별히 남길 것도 조성할 것도 없어 조형물이나 사진을 통해 동네를 소개하는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뉴타운은 아니지만, 종로구 피맛골 경우도 ‘르 메이에르’ 건물을 지으면서 피맛골의 옛 터를 일부 남겼으나, 피맛골의 정취나 분위기와는 사뭇 달라 ‘안 한 것만 못하게 됐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에 대해 황평우 문화연대 문화유산위원장은 “서울 곳곳에 남아있는 역사 유적이나 생활·상업 공간을 그대로 남겨놓아야 한다는 시민단체들의 요구가 빗발치자 서울시가 억지로 시늉만 하는 모양새”라며 “실제 거리며 골목이며 건물을 다 없애고 사진과 표지석만 남겨놓는 것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물었다.
황 위원장은 “뉴타운이나 재개발 사업 과정에서 그 동네의 대표적인 거리나 골목 한두 군데라도 실제로 남기는 시도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