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6개노선 11조 투입…“교통량 축소 세계추세 역행” 지적
서울시가 도심에 경인고속도로 6배 길이(149㎞)의 자동차 전용 지하도로망을 건설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 계획은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해 자동차 통행 수요를 줄이는 선진국들의 친환경 교통정책 흐름과 거리가 멀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서울시는 5일 남북 3개축과 동서 3개축, 모두 6개 노선의 지하도로망을 건설해 지상교통량의 21%를 지하로 흡수하고 서울 전역을 30분대에 이동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밝혔다.
남북1축은 시흥~도심~은평(24.5㎞), 남북2축은 양재~한남~도봉(26.3㎞), 남북3축은 세곡~성수~상계(22.8㎞), 동서1축은 상암~도심~중랑(22.3㎞), 동서2축은 신월~도심~강동(22.3㎞), 동서3축은 강서~서초~방이(30.5㎞) 구간을 지난다. 지하도로의 주요 지점에는 대형 지하주차장이 건설돼 자동차가 지상으로 나오지 않아도 도심에서 업무를 볼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서울시는 “이번 사업에 소요되는 비용은 모두 11조2천억원이며, 이 가운데 기존의 동부간선도로를 지하화하는 남북3축만 공공재정 3조2천여억원을 투입해 무료 도로로 건설하고 나머지는 민간자본을 유치하겠다”고 밝혔다.
김상범 도시교통본부장은 “여러 정책들로 인해 지상의 자동차도로가 점점 줄어들고 있어 도시 경쟁력을 위해서는 지하도로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새로운 도로를 건설하는 것으로는 포화상태의 서울 교통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홍성태 상지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선진 도시들의 교통정책은 영국 런던의 혼잡통행료 징수 제도처럼 ‘교통량 축소’를 기본으로 삼고 있다”며 “서울의 높은 인구밀도와 자동차 통행량을 줄여나가는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만기 녹색교통 사무처장은 “2000년대 초반 미국 시카고에서 지하도로 사업을 추진했지만 그리 성공적이지 못했다”며 “빠른 도로가 생기면 대중교통을 이용하던 사람들도 다시 자동차를 가지고 나오게 된다”고 말했다. 민 사무처장은 “천문학적 예산을 투입해 자동차 수요를 오히려 증가시키는 것은 환경을 고려하는 세계적인 교통정책 흐름과 전혀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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