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전국 전국일반

중랑구 중화뉴타운 “진도 안나가네”

등록 2005-05-26 22:12

주민 3분의 1 반대로 공청회 3번째 무산…좌초 위기

“1년 가까이 방이 텅텅 비어 있어요. 이 곳에 이사오면 언제 나가야할지 모른다면서 세입자들이 눈길도 안줍니다.”

서울 중랑구 중화2동에 사는 주춘성(55)씨는 빈방을 보여주며 “본래는 4700만원에 세를 줬지만 지금은 3천만원에도 들어오려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주씨의 집은 서울시가 지난해 9월 제2차 뉴타운지구로 지정한 ‘중화 뉴타운지구’에 속해 있다. 지난해 연말 개발회사의 컨설팅 직원이 통장을 앞세우고 대문을 두드렸을 때 주씨는 뉴타운 찬성 서류에 선뜻 인감 도장을 찍어주었다. “1000만~1200만원만 내면 지금 살고 있는 집과 같은 평형의 아파트가 생긴다”는 설명에 귀가 솔깃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간단하지 않았다. 앞서 공사가 진행된 길음 뉴타운에서 집주인들에게 통보한 관리처분계획 내역서를 살펴보니, 대지 22평, 건평 28평을 가진 경우 33평의 아파트를 갖기 위해선 1억3329만여원을 더 내야 했다. 이같은 목돈을 마련할 수 없을 뿐더러 세입자도 계속 들어오지 않자 주씨는 뉴타운지구 반대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주씨 같은 사람이 많아지면서 중화 뉴타운사업이 좌초될 위기에 놓였다. 서울시가 의욕적으로 뉴타운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곳에선 주민 반대로 첫발조차 내딛지 못하고 있다. 중랑구청은 지난 20일 뉴타운 기본계획안 주민공청회를 열었으나 주민 반대로 무산됐다. 뉴타운 공청회가 열리지 못한 것은 이번이 세번째이다. 뉴타운 사업이 이뤄지기 위해선, 해당 구청이 공청회 등 주민 여론 수렴을 거쳐 기본계획을 수립한 뒤 시의 승인을 받도록 돼 있지만 첫 문턱에서부터 걸리고 있는 셈이다.

현재 중화뉴타운으로 지정된 지구에 반대하고 있는 주민은 전체 3400가구 중 1/3에 이르는 1000여가구에 이른다. 중화 뉴타운반대대책위원회(대책위) 승호석 총무국장은 “이곳은 1970년대 구획정리사업을 벌인 곳이어서 환경이 양호한데 왜 굳이 뉴타운사업을 해야하는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뉴타운지구로 지정된 15만4431평, 18개 블록 중엔 재개발 요건을 만족시키는 곳이 2블록 밖에 없다. 중랑구청은 본래 중화동 일대가 수해·침수가 잦아 이를 막기 위해 ‘수해방지형 뉴타운’을 만들겠다고 내세웠지만 이 또한 지난해 빗물펌프장이 건립되고 올해 말까지 하수관거 공사가 완료돼 명분이 사라졌다. 서울시 관계자도 “중화 지역은 주차장 부족 말곤 주거환경이 양호해서 뉴타운지구 지정 때부터 관련 부서에서 재개발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지적을 했었다”고 말했다.

중랑구는 이런 사정을 감안해 기본계획안을 세우면서 △재개발구역 2블록 △지구단위계획구역 2블록 △재건축정비구역 14블록을 10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진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중 재건축정비구역은 2009년에 정비계획을 세워 2010년부터 공사를 시작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대책위 주민들은 “10년 지나면 ‘노후화’를 이유로 재개발을 할 수 있게 된다”며 “결국엔 시간을 벌었다 싹쓸이개발 하겠다는 의도 ”라고 비판하고 있다. 승 국장은 “그때까지 신·증축을 허용하지 않는다면 결국 동네는 슬럼화되고 상권도 다 무너질 것”이라며 뉴타운지구지정 해제를 주장했다.

중랑구청은 공청회가 무산되자 인터넷투표·우편을 통한 의견서 접수를 통해 주민여론수렴 절차를 대신하기로 하고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주민 동의가 전제되지 않은 채 사업을 벌인다는 비판은 중랑구나 서울시로서도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유주현기자 edigna@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전국 많이 보는 기사

대전 초등생 살해 교사 “어떤 아이든 상관없이 같이 죽으려 했다” 1.

대전 초등생 살해 교사 “어떤 아이든 상관없이 같이 죽으려 했다”

HDC신라면세점 대표가 롤렉스 밀반입하다 걸려…법정구속 2.

HDC신라면세점 대표가 롤렉스 밀반입하다 걸려…법정구속

“하늘여행 떠난 하늘아 행복하렴”…교문 앞에 쌓인 작별 편지들 3.

“하늘여행 떠난 하늘아 행복하렴”…교문 앞에 쌓인 작별 편지들

대전 초교서 8살 학생 흉기에 숨져…40대 교사 “내가 그랬다” 4.

대전 초교서 8살 학생 흉기에 숨져…40대 교사 “내가 그랬다”

살해 교사 “마지막 하교하는 아이 유인…누구든 같이 죽을 생각” 5.

살해 교사 “마지막 하교하는 아이 유인…누구든 같이 죽을 생각”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