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피해 장애인 주간보호센터 ‘햇살’의 홍정련 소장(오른쪽에서 두 번째)과 자원봉사자들이 17일 사무실에서 회의를 하다가 카메라를 보고 웃고 있다.
울산 성폭력 장애인 주간보호시설 ‘햇살’
놀이·음악·미술치료 병행
위기대처법 반복 훈련도 보조금에도 어려운 살림
“정부가 체계적 도움줘야” 울산 울주군 범서읍 천상리 한 상가 건물 4층. 사단법인 울산장애인인권복지협회가 성폭력을 당한 지능지수 10살 미만의 중증 지적장애인을 전문적으로 치유하고 재활을 돕는 성폭력 피해 장애인 주간보호센터 ‘햇살’이다. 성폭력 피해 장애인들을 상담하는 곳은 더러 있지만 그들을 낮에 체계적으로 교육하고 재활을 돕는 곳은 전국에서 이곳이 유일하다. 이곳의 하루 이용자는 10~20여명. 모두 성폭력을 당한 20~50대 지적장애 여성들이다. 방학 때는 10대 지적장애 학생들도 찾는다. 입소자들은 월~금요일 오전 9시~오후 5시 치유와 재활훈련을 받는다. 전문가들이 놀이·음악·미술치료를 한다. 매주 두 차례 장애인체육관에서 배드민턴과 수영 등 체육활동을 한다. 혼자서 사회생활을 할 수 있도록 물건 사는 방법과 곱셈이나 뺄셈 등 셈하기를 배우고, 버스 타는 방법 등 기본생활 연습도 한다. 또다시 성폭력을 당하지 않도록 성교육을 하고, 위기 때 대처하는 방법을 반복해서 훈련한다. 햇살에는 자원봉사자들의 손길이 곳곳에 묻어 있다. 의자와 책상, 텔레비전 등 살림도구는 대부분 기탁을 받았다. 30~50여명의 자원봉사자가 입소자들의 점심을 준비하고 야외활동과 문화체험 때 돌아가면서 도우미로 나선다. 2~3명의 상근자가 무보수로 적게는 몇 달에서 길게는 몇 년 동안 봉사를 한다. 2007년 2월 문을 연 이곳 역시 재정적인 어려움이 컸다. 입소자 대부분이 국민기초생활 수급권자이거나 차상위 계층이어서 이용료를 받을 수 없었다. 입소자들이 먹을 쌀이 모자라 자원봉사자들이 절을 찾아가 수십㎏의 쌀을 산에서 짊어지고 오기도 했다. 올해 6월 정식으로 등록해 정부의 보조금을 받고 있지만 어려움은 여전하다.
하지만 더 무서운 것은 사회적 편견이었다. 성폭력 피해 장애인을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는 이웃들의 시선 때문에 간판을 내걸 수 없었다. 지난해 전국장애인체전에서 금메달을 딴 원생이 있었지만 축하 펼침막도 달지 못했다. 갖은 악조건에서 햇살이 세상에 알려진 것은 홍정련(45) 소장의 눈물과 땀방울 덕분이다. 2002~2006년 울산시의원을 지낸 그는 당시 지적장애인에게 성폭력을 가한 피의자가 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는 것을 보고 분노가 치밀어 대책위원회를 꾸려 활동하면서 그들의 실태가 심각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2005년 사비를 털어 울산장애인성폭력상담센터를 만들었으나 피해자들을 낮에 보호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생각했다. 피해자 대부분이 부모가 지적장애인이거나 알코올중독자 등 결손가정이어서 주로 낮에 범죄에 노출되기 때문이었다. 홍 소장은 “우리 사회의 가장 낮은 계층은 성폭력을 당한 지적장애인”이라며 “행정기관이 이들을 체계적으로 돌보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글·사진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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