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락산 댐’ 추진에 “예산낭비·환경파괴” 반발
서울 노원구, 침수방지+제2의 청계천 만들기
주민·환경단체 “홍수도 못막고 생태계만 파괴”
주민·환경단체 “홍수도 못막고 생태계만 파괴”
서울 노원구청이 수락산 동막골 계곡에 댐을 지으려고 해 환경파괴와 예산낭비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사진)
30일 노원구와 지역 주민들의 말을 종합하면, 노원구는 2007년부터 당현천 상류 5.8㎞ 지점에 유효 저수량 4만8000t 규모의 저류지(댐 형식으로 물을 가둬 놓는 곳)를 만들기 위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모두 75억원의 예산이 들어가는 이 사업을 통해 상계4동 96가구 2만2450㎡의 침수에 대비한다는 것이 노원구의 설명이다.
그러나 지역 주민들과 환경단체는 수락산 댐이 생태계만 파괴할 뿐 침수 대비 효과를 거두기 힘들다며 댐 건설을 반대하고 있다. 이현정 서울환경운동연합 하천생태팀장은 “침수 피해 지역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소규모 댐은 홍수를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수락산 댐은 초기에 내린 빗물이 빠져나가는 것을 늦춰 오히려 홍수 피해를 키울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펌프장을 확충하고 제방을 높이는 등 홍수 피해 예상지역에 맞춘 대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상계동 주민인 유주하 수락산댐반대시민모임 대표는 “댐이 들어서는 지역은 생태·자연도 1등급 지역으로 하천 규모가 실개천 수준인데 어떻게 이곳에 댐을 지으려 하는지 모르겠다”며 “주민들과 함께 수락산 댐 건설 반대 서명 운동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생태·자연도 1등급 지역은 ‘자연환경보전법’에 따라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또는 보호야생동식물의 주된 서식지, 도래지 및 주요 이동 통로가 되는 지역, 또는 생태계가 우수하거나 경관이 특히 수려한 지역 등이 해당돼, 자연환경 보전이 중요시된다.
댐을 지으려는 목적이 ‘침수 예방’보다 ‘당현천 물 공급’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노원구는 당현천을 제2의 청계천으로 만든다는 계획 아래 2007년부터 당현천 복원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실제로 이노근 노원구청장은 2008년 7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만년 건천인 당현천에 물이 흐를 수 있도록 중랑천의 물을 끌어올리고 수락산에 5만t 규모의 저류지(작은 댐)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유 대표는 “구청장 말대로 당현천에 물이 흐르게 하기 위해 환경을 파괴해가며 산속에 댐을 만드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비판했다. 염형철 서울환경운동연합 운영위원장은 “5만t의 중규모 수락산 댐을 홍수 조절과 용수 공급 등 다목적 용도로 활용할 경우 홍수 조절 효과가 떨어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용희 노원구 치수방재과 하수팀장은 “1998년과 2001년 홍수로 침수 피해가 생겨 이에 대비하기 위해 동막저류지를 건설하기로 한 것이지 당현천 용수 공급과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사진 서울환경운동연합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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